얼마 전, 콘도미니엄 단지 중 우리 건물 전체 외등에 문제가 생겨 관리 회사에 강하게 항의했고, 열흘쯤 지나 해결된 일을 무슨 무용담처럼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외등이 밤낮으로 계속 켜져 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단지 관리인에게 두어 차례 전화와 메시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는 “관리 회사에 보고했으니 내 할 일은 끝났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어쩔 수 없이 관리 회사 책임자에게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답장조차 없었다. 완전히 무시당하는 느낌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웃 몇 명에게 함께 문제를 제기하자고 했지만, 다들 “불이 계속 켜져 있는 게 뭐가 문제냐”라며 관심이 없었다. 어떤 영감은 “걔네들 일하는 게 원래 그래. 잊어버려.”라고까지 말했다.
3주쯤 지나니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간의 전화 메시지, 이메일, 대낮에도 훤히 켜져 있는 외등 사진을 첨부해 관리 회사 책임자에게 다시 보냈다. 이번에는 경고를 곁들였다.
“즉시 조치하지 않으면 사장에게 직접 알리고, 시청 민원실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
그러고 한 시간쯤 후 외출하면서 보니, 전기 기술자가 사다리를 타고 외등 조절용 포토셀(Photocell)을 교체하고 있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관리인 영감이 “Everything is being taken care of.”라며 큰소리쳤다.
“에구, 장하다 이 징한 영감탱이야. 한국 같으면 이런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 몽땅 모가지감인데!”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가 미국에도 좀 도입돼야겠다.
외출 후 돌아오니 관리회사에서 이 메일이 와 있었다. 비가 온 데다가, 사람 구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처리가 늦어서 죄송하다고. 비가 온 적이 한두 번 있기는 했지만, 그걸 핑계삼다니, 이 할멈도 빨리 그만 두고 손주나 보시지.
이제는 외등이 밤에만 켜지고, 낮에는 꺼진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 이렇게 지켜지기 어렵다니, 참 기가 막힌다.
(2025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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