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러니까 1950년~60년 대에 강원도 시골에서는 화장실을 변소, 뒷간, 작은집 정낭, 통시 등으로 불렀다. 이런 단어만 들어도 작은 직사각형 구멍 아래로 쌓인 대변 덩이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던 재래식 시골 변소가 연상된다. 대개 집에서 좀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데다가 대개는 전등마저 없어서 밤에는 혼자 볼일 보러 가기가 무서웠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바닷가 마을인 M 읍의 중학교에 전학하니 읍내 여러 업소의 변소에서 가끔 부서질 것만 같은 문짝에 쓰인 W. C. 라는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대개는 정자체가 아니고 삐뚤빼뚤 페인트로 쓴 글씨가 아래쪽으로 번지기까지 했으니, 변소라는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셈이었다. 그 뜻을 몰랐어도 지저분한 주변, 향기롭지 못한 냄새로 은밀한 일을 해결하는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