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인 J의 소식을 들었다. 본인에게서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그의 아내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9년 전, 뇌일혈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후로 계속 투병해왔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되었고, 최근에는 친구들에 대한 기억조차 거의 잊은 상태라며, 친구들이 함께 운영하던 단체 친목방에서 부득이하게 탈퇴하겠다는 소식이었다.고등학교 1학년 때 그는 내 바로 뒤, 한 칸 건너 자리에 앉아 있어 1년 내내 가까이서 지냈다. 잘생긴 얼굴에 늘 어딘가 우수에 잠긴 듯한 표정이어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영어 시간에 교과서를 읽으면, 하와이에서 교환교수로 다녀온 경험이 있는 원어민 발음에 익숙한 선생님도 그의 발음을 칭찬할 정도였다. 억양이 정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