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둘레길을 산책하다가 외출에서 돌아오는 지그(Zyg) 영감을 만났다. 여든한 살인 그는 해병대 출신이다. 한때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당당한 풍모를 자랑했는데, 오랜만에 본 그의 모습은 딴사람 같았다. 몸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어 나보다 훨씬 커 보이던 키마저 이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요즘 왜 그리 보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심장에 문제가 생겨 걷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It's just aging.”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 거라는 뜻이다. 그의 옆 건물에 사는 빌(Bill)도 세월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일흔세 살인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배가 불룩하고 콧수염을 기른 풍채가 제법 그럴싸했다. 분장용 옷만 제대로 걸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