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공동체 10

성당 설립 40주년 기념집

벼락치기로 성당 설립 40주년 기념집을 만들었다.단기간에, 비용을 적게 들여서, 소책자 형식의 기념집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것저것 조건이 딱 맞아떨어져서 당초 목적한 대로 만들 수 있었다.수십 년 간의 역사 자료 중 빠진 것도 적지 않았지만, 정리해서 연혁을 만들어 보았다. 적지 않은 내 나이에 그런 작업이 감당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완성할 수 있었다.신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원고가 제대로 들어올지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많이 들어와서 다행으로 여긴다.오랫동안 거래하던 미국 출판사를 통해 제작 비용도 무척 싸게 들었으니 어려운 성당 재정에 그것도 참 다행스럽다.시간 절약을 위해 실무적인 작업을 혼자서 다 했더니, 부족한 점이 적지 않을까 봐 걱정스럽기는 하나 그만하면 잘 된 것 같다..

신앙 공동체 2024.06.13

타 종교와의 공존

우리 성당 이웃에 있는 개신교회의 골프대회에서 우리 성당 신자들을 초대했다고 성당 주보에 올렸다. 작년에는 우리 성당에서 그쪽 예배당 신자들 몇 분을 초대했더니 너덧 분이 참석하셨다고 한다. 알고보니 오래 전부터 그런 식으로 서로의 행사에 오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개종한 분은 없었을까?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신앙이 다른 분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건 아름답기도 하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참 오묘한 사상이나 불교 신자 아닌 분들이 이상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종교의 신자들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잘못 해석한 것)의 자세로 타 종교를 믿는 분들에게 지극히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그분들은 신앙의 존재 이유가 무언지 잘 모르는 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멘..

신앙 공동체 2024.04.08

하늘나라의 시골장

얼마 전 작송(鵲松) 김영수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시인이 쓴 시들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시골장이었다. 이 시를 바탕으로 노랫말이 만들어진 게 바로 장사익이 부른 시골장인데 시조 형식으로 씌여진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은 서더라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를 담아 놓고 노을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저물더라 나는 언젠가 시인에게 이 시에서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 늘어놓고”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내 말을 듣고 씨익 웃기만 했다. 작송 시인과 나는 같은 성당에 다녔기에 서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눈인사만 하고 지냈다. 시집을 여덟 권이나 낸 유명한 시조 시인인 그에게 다가가기에는 내가 시에 대해 아..

신앙 공동체 2022.09.07

천년도 당신 눈에는

당신께서는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 당신께서 그들을 쓸어 내시면 그들은 아침잠과도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도 같습니다. 아침에 돋아났다 사라져 갑니다.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립니다. (사편 90, 4-6)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 찬양, 찬미, 탄원, 감사 등이 표현된 수많은 시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이다. 비슷한 표현의 시들이 반복되니 나처럼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편 읽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사나 연도 등의 전례에서 사용되어 많이 대한 구절을 보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 읽은 시편 90편을 읽으며 거의 40년 ..

신앙 공동체 2022.09.07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교우들

이사하고 나서 40년 가까이 다니던 성당을 떠났지만, 그 성당 신자들이 세상을 떠나면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때로는 장례 미사에 참례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분들이 여덟이나 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분은 한 분도 없다. 돌아가신 분들의 향년과 사망 원인은 아래와 같다. 92(노환), 78(지병), 71(당뇨), 70(암), 69(뇌졸중), 67(사고), 65(지병), 57(암). 100세 장수 시대라고 하는데, 대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안타깝다. 명절 때면 나에게 다디단 초콜릿을 선물로 주시던 S 할머니는 90을 넘겨 돌아가셨으니 그나마 장수하신 편이다. 몇 년 전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송사까지 걸어서 법원에서 받은 서류를 들고 ..

신앙 공동체 2022.09.07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베로니카 씨는 오랫동안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활동도 열심히 한 신자이다. 수십 년 동안 성당에서 주일마다 얼굴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성당 일을 하며 수요일마다 회의를 마치면 삼겹살을 구워서 점심도 함께한 적도 많았기에 그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저녁 산책길에서 범인을 뒤쫓으러 긴급 출동하던 경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어이가 없었고, 기가 막혔다. 다른 차도 아니고 경찰차라니. 그리고 범인이 아니고 선량한 행인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녀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밀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여러 군데의 암세포가 발견되고 나서 힘겨운 투..

신앙 공동체 2022.09.07

어른이 주면 그냥 받는 거야

몇 년 동안 양로원에 계시던 우리 성당의 세레나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격리 때문에 직계 가족 외에는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니 참 살다 보니 참 별일을 다 겪는구나 싶었다. 몇 년 전에 뵈었을 때도 할머니는 아흔이 가까운 연세에도 참 고우셨다. 허리가 조금 굽었지만, 얼굴 모습은 30년 전에 처음 뵈었을 때나 별 차이가 없었다.할머니를 볼 때마다 젊었을 때는 대단한 미인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오래전 설날에 성당에서 나를 보시더니, “이거 받아.” 하고 뭘 손에 쥐여 주시는데 펴 보니 시퍼런 배추 이파리 한 장이었다. “뭘 이런 걸 다 주십니까? 그냥 두세요.”하고 $10짜리를 돌려 드리니까, “세뱃돈이야. 왜, 적어서 그래?” “세배도 안 했는데 무슨…..

신앙 공동체 2022.09.05

성당을 옮기다

‘조폭과 신부의 공통점’이라는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인기가 있다 보니 몇 가지 버전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재 개그의 고전이 된 것 같다.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1. 검정 옷을 자주 입는다. 2. 식사하고 절대 자신이 계산하지 않는다. 3. 구역(나와바리)이 확실하다. 4. 아무에게나 반말한다. 물론 가톨릭 신부 대부분은 성직자의 본분에 맞게 겸손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신부는 지나치게 권위를 내세우기에 위와 같은 유머가 유행한 듯하다. 그런 신부들은 제발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태 20, 28) 라는 예수님이 친히 하신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겸손하게 살면 좋겠다. 신부때문에 마음의 상..

신앙 공동체 2022.09.05

사후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부터 많은 종교에서 사후 세계를 믿어왔고 지금도 믿고 있다. 사후세계의 존재는 죽음을 맞이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영혼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게 된다. 그 때문에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크게 달래 준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정신활동은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뇌가 죽은 이후에도 정신이 유지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정된다. 머리를 다친 사람이 정신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뇌 수술 등이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신체를 연구하는 과학자, 특히 뇌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 왜냐하면 영혼이란 게 있다면, 뇌가 손상되었을 때 정신이 망가진다는 사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나무 위키에서 발췌) 나는 뭐든 종교적 가르침을 쉽게 믿지 ..

신앙 공동체 2022.09.04

기적을 기다리며

미루고 미루다가 말기 암으로 힘겹게 투병하고 있는 K의 집에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 오래 전 그의 아내의 장례 미사에 참례하고 쓴 글이 생각나서 찾아 보았더니 그걸 쓴 날이 8년 전 바로 오늘(12월 4일)이었다. 그 글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난 교우를 위한 장례미사에 참례하였을 때 아직도 어린 그녀의 두 아들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표가 난다는 옛말도 있는데 사랑하는 가족이 어디론가 떠나며 남긴 자리는 도대체 그 무엇으로 메울 수가 있을까? 그걸 몰라서 슬펐다. 그걸 몰라서 가슴이 아팠다.” 그 당시 열다섯과 열두 살이던 두 아들은 지금 스물세 살, 스무 살이 되어 큰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작은아들은 대학교에 다닌다고 하니 그동안 아내 없이..

신앙 공동체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