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29

얘는 무겁지 않아요. 내 동생이거든요.

The Hollies가 1969년에 ‘He Ain’t Heavy. He Is My Brother’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 이 노래는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 되었다.이 노래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해 본다.우리가 가는 길은 멀고도 구불구불해서 / 가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나는 강해서 얘를 업고 갈 수 있어요. / 얘는 무겁지 않아요. 내 동생이거든요. / 그래서 나는 얘를 업고 갑니다. / 나는 얘가 편안하기를 바랄 뿐, / 내가 짊어져야 할 짐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 우리 그렇게 함께 갈 겁니다. / 얘가 내게 짐이 된다고 여기지 않기에, / 얘는 무겁지 않아요. 내 동생이거든요. / 나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지만, / 슬픔으로 마음이 ..

신앙 생활 2024.08.20

세례 금경축일

50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74년 8월 15일에 천주교 전농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니 말하자면 오늘이 내 세례 금경축일인 셈이다. 그날 미사 중 세례를 받고 축하 인사를 받으며 가슴이 설렜다. 그다음 날이 당시 최고의 전자회사로 인정받던 G사로 첫 출근하는 날이기도 해서 행복한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당에서 집으로 걸어가다가 하늘을 보니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랫부분이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참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집에 돌아와 뉴스를 들으니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라는 자에게 흉탄을 맞고 서거했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 다음날 신문보도를 보니 서거 당시에 육여사가 입었던 한복 색깔이 서거한 시간에 하늘에 드러난 그 색깔과 비슷한 황금색이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신기해서 그 ..

신앙 생활 2024.08.15

생로병사(生老病死)란 과정

생로병사(生老病死)란 과정은 잘났던 못났던, 돈이 많든, 돈이 없든 간에, 권력이 있든 없든 간에 누구에게나 확정된 과정이다. 부처님은 이것을 ‘무상(無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어 부처님은 ‘무상성’에서 벗어나는 길로 ‘사성제’와 ‘팔정도’를 제시했다. 그렇다고 죽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마음으로 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자도 아닌 내가 이런 오묘한 이치를 깨닫기는 어려우나 수긍할 수 있는 말씀이다. 또한 성경에는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로마 8, 6)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육신과 영(성령) 사이의 대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성령의 인도 아래서 영적인 생명과 평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나..

신앙 생활 2024.04.08

성삼일에

토요일, 예수 부활 대축일 전날에 개신교 신자와 점심을 함께하며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내가 저녁에 부활 성야 미사에 가야 하고, 가톨릭 신자들은 대개 목, 금, 토 3일(성삼일)간 성당에 나간다고 했더니 그분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성삼일에 특별한 예배가 없다고 했다. 주일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통해 주님 부활을 상기하니 특별히 부활 예배가 주일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일년 내내 주일 예배에서 주님 부활을 기념한다면, 부활절에 집중적으로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 개신교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해 온 내가 그걸 이제 알았다니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개신교도 종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라고 하니 잘 모르면서 다른 이의 신앙에 대..

신앙 생활 2024.04.08

동포들의 신앙생활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서 가끔 보는 한국 남성 동포들이 나까지 포함해서 네 명인데, 한 분만 빼고는 눈인사만 할 정도이지 커피 한 잔 함께하거나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어서 늘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그래도 미국 동포사회에서는 신앙생활을 통해서 동포를 만나는 게 중요하기에 그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는 알고 있다. 다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있으니 나이 순으로 동포 1에서 동포 4까지로 구분해 본다. 동포 2인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체육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인 성당에 다닌다. 몇 년 전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만난 동포 4에게 혹시 성당이나 예배당에 나가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는 정색하며 “저는 믿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신앙을 가질 생각은 전혀 없으니 제게 전도할 생각을 마세요.”라고..

신앙 생활 2024.03.22

내 신앙생활의 종착지, 이튼타운 성당

얼마 전 초등학교 때 친구인 미카엘에게서 천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참 슬펐다. 그는 어릴 적에 강천규라는 이름보다는 강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신앙심이 깊은 친구였다. 어릴 적에 내 고향인 삼척 성내동 성당에서 여성 전교(傳敎) 회장으로 활동하던 어머니와 함께 성당 구내의 작은 집에 살던 그는 아버지가 한국동란 중에 납치되어 실종된 후 홀로 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기에 늘 외로움을 탔다. 그 옆집에는 역시 아버지가 남성 전교 회장으로 활동하던 민 안드레아 가족이 살았는데, 8남매의 장남인 그는 어릴 적에 사제가 되는 게 꿈이었다. 방과 후에 가끔 그 두 친구를 만나러 가서 놀던 성당 앞마당은 우리의 놀이터였다. 가끔 사제관 앞뜰을 힐끔거리며 훔쳐보면 늘 미소를 머금은 서양 신부님과..

신앙 생활 2024.02.27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의 대화

“주님께서는 우리 인생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에 들어섰습니다. 하오나, 우리 모두 언제나 봄과 여름을 느끼며 살게 해 주시기를 기도드리오며, 우리가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귀한 시간을 주셔서 감사드리옵나이다.” 며칠 전 이웃 동네에 사는 (은퇴한) 이 목사님 내외분과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하며 그분이 바치는 기도를 들으며 울컥했다. 그분의 기도는 늘 은혜롭고 만날 때의 상황에 맞는 기도라서 마음에 와닿기도 하지만, 비교적 짧아서 더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 같다. 특히 그가 암 투병 중이라서 그런지 그날의 기도는 더 절절한 것 같았다. 그분은 키모세라피(화학 치료)를 받는 중이라서 빠진 머리칼을 가리려고 모자를 쓰고, 목소리가 꽉 잠겨 있긴 했지만, 건강이 좋..

신앙 생활 2023.11.22

장미 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 새벽 두 시 반 경에 잠에서 깨었는데 은은한 장미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아니, 라벤더 향이었나? 무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향기(장미향이라고 치자)는 2~3분가량 맴돌다 사라졌다. “가까이에 꽃이 없는데도 장미꽃 향기가 나면 천사가 당신과 소통하고 있다는 징표일지도 모른다. 장미 향기는 또한 하느님이 당신과 함께하시거나 하느님이 당신의 기도에 기적적으로 응답하시며 축복을 내리신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라고 하는데, 요즈음 기도도 소홀히 하며 지내니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은 아닐 테지만, 기분 좋은 향기였다.

신앙 생활 2023.07.26

임사체험을 믿습니까

체육관에서 자주 보는 한국인 Mr. Oh는 나보다 세 살 적은 나이인데, 10대에 이민 온 탓에 한국말이 조금 서툴러서 잘 알지 못하는 단어나 표현을 들으면 바로 미간에 내 천자를 그으며 얼굴을 찌푸린다. 그래서 나를 보아도 대개 눈인사 정도만 하고 긴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저께 내게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 요즘 임사 체험(Near Death Experience)에 관한 책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겨서 묻는다며 내가 교통사고 후 의식을 잃었던 동안에 겪은 체험을 자세히 얘기해 주면 고맙겠고, 말하기가 꺼려지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임사체험이라? 사고 후 두 달 동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특별한 체험이란 없었기에 달리 해 줄 만한 말이 없었다. 몇 가지 꿈을 꾸기는 했지만, 임사체험과는 ..

신앙 생활 2023.07.03

예수님과 함께 걷기

뉴저지 메이플우드 성당의 50주년 기념집 제작의 편집에 관여하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최종 작업으로 기념집의 제목을 한국어와 영어로 정해야 하는데 몇 분의 의견을 종합하여 영어 제목을 “Walking with Jesus’로 정했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AI에 이 제목이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아래 내용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AI의 도움을 받아야 할 미래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미래에 AI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아래 내용은 AI가 영문으로 답변한 걸 제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걷기”는 우리 삶에서 그분을 따르는 걸 비유한 표현으로서,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 그분이 보여 주신 모범을 따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걸으면 우..

신앙 생활 202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