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의 대화

삼척감자 2023. 11. 22. 11:56

“주님께서는 우리 인생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에 들어섰습니다. 하오나, 우리 모두 언제나 봄과 여름을 느끼며 살게 해 주시기를 기도드리오며, 우리가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귀한 시간을  주셔서 감사드리옵나이다.

 

며칠 전 이웃 동네에 사는 (은퇴한) 이 목사님 내외분과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하며 그분이 바치는 기도를 들으며 울컥했다. 그분의 기도는 늘 은혜롭고 만날 때의 상황에 맞는 기도라서 마음에 와닿기도 하지만, 비교적 짧아서 더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 같다. 특히 그가 암 투병 중이라서 그런지 그날의 기도는 더 절절한 것 같았다.

 

그분은 키모세라피(화학 치료)를 받는 중이라서 빠진 머리칼을 가리려고 모자를 쓰고, 목소리가 꽉 잠겨 있긴 했지만, 건강이 좋아 보이고, 표정이 밝은데다가 식사도 잘해서 우리 부부의 마음도 밝아졌다. 작년 언제인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체육관에서 만나 잠깐 안부를 물었더니, 이제 살 만큼 살았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라는데 표정이 밝아서 신앙심이 깊은 분은 역시 나 같은 사람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 오고 체육관에 등록한 지 며칠 후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점잖게 생긴 동양인이 내게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며칠 후에 다른 한국인에게 들으니, 그는 근처의 한인 교회에서 목회하던 은퇴 목사라고 했다. 그렇게 만남이 시작되고 가끔 잊지 않을 정도로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곤 하였다.

 

가톨릭 신자인 내가 개신교 목사를 만나 대화하는데도 전혀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겸손한 분이라서 그런지 거북하기는커녕 참 편안하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니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점을 굳이 따지려 든다면 성경 해석, 구원론, 성사, 교계 제도 등의 교리적 차이가 적지 않고, 예배 방식, 기도, 교회법 등의 관습적 차이도 크지만,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공동체를 이루고 복음 전파 활동을 하는 등의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서로 인식하기에 우리의 대화는 늘 진지하고 편안하다.

 

그런데 개신교가 아닌 불교 등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는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종교든 인간에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제시하고, 도덕적 삶을 실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신앙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들의 신념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그들의 신앙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판이나 공격보다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신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거나 설득하려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2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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