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서 자주 보는 한국인 Mr. Oh는 나보다 세 살 적은 나이인데, 10대에 이민 온 탓에 한국말이 조금 서툴러서 잘 알지 못하는 단어나 표현을 들으면 바로 미간에 내 천자를 그으며 얼굴을 찌푸린다. 그래서 나를 보아도 대개 눈인사 정도만 하고 긴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저께 내게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 요즘 임사 체험(Near Death Experience)에 관한 책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겨서 묻는다며 내가 교통사고 후 의식을 잃었던 동안에 겪은 체험을 자세히 얘기해 주면 고맙겠고, 말하기가 꺼려지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임사체험이라? 사고 후 두 달 동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특별한 체험이란 없었기에 달리 해 줄 만한 말이 없었다. 몇 가지 꿈을 꾸기는 했지만, 임사체험과는 거리가 멀고, 어느 날 낮에 아내의 말소리를 듣고 긴 잠에서 깨어났으니 특별한 얘깃거리가 있을 리 없다.
그가 읽고 있다는 책의 내용을 들으니 정형화된 임사체험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생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기,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밝은 곳으로 나가기, 이미 돌아가신 친지들을 만나기,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기…등이다.
이런 체험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개인적인 체험이니 내가 믿는다거나 아니면 믿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때가 되어 저세상에 가게 되면 체험하게 되겠지만, 그 체험을 그에게 전해 줄 수는 없을 테니 그게 안타깝다고 대답했더니 실망한 눈치였다.
몇 년 전에 처음 만나 통성명하자마자 “앞으로 저에게 교회 얘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던 그가 저세상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어쩌랴? 신앙을 가진 지 50년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죽음과 그 이후에 만나게 될 세상에 관해 자신 있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을. 가 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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