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95

꽃 동네, 새 동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뉴저지주의 말보로(Marlboro)이다. 우리 집 주위의 도로명은 대부분 새(Bird)이름인데, 동네에 나무가 많고 새가 많이 서식해서 그런가? 인공지능에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답한다. 꽃동네, 새동네에 살며 정겨운 새 이름으로 지은 도로 이름을 늘 대하니 동네에 정이 간다. “말보로 타운십의 도로 이름에 새 이름이 많은 이유는 지역의 자연 환경과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말보로는 뉴저지주 몬머스 카운티에 위치하며, 녹지가 많고 다양한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도로 이름을 지정할 때 지역의 자연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도로 이름을 지정할 때 지역 사회의 문화적, 역사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이름..

미국 생활 2025.05.06

운전 중 동물을 치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는 웹사이트에 한 여성이 애완견의 죽음을 알리며 울분을 토하는 글을 올렸다. “제가 기르던 개가 차에 치여 죽었어요. 너무 슬퍼요. 어떤 인간이 죽였는지 모르지만, 그런 인간은 천벌을 받기 바랍니다.” 그런데 개든 고양이든 일부러 차로 동물을 치어 죽이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그런 잔인무도한 인간이 있다면 하늘의 벌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동물을 피하지 못했거나, 어두운 밤에 미처 보지 못하고 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여성의 글을 읽으니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이제 2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주일에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 길가에 같은 성당에 다니던 J씨 가족이 차를 세워놓고..

미국 생활 2025.05.03

조앤 할머니

우리 이웃에 살던 조앤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이셨다. 얼굴만 봐도 까다롭게 생긴 데다, 성격도 급하고 성마른 편이었다. 우리가 몇 년 전 이사 왔을 때부터 사소한 일로 텃세를 부리려 들었다. 쓰레기 처리나 화단에 꽃 심는 문제 같은 사소한 일에 잔소리를 하거나, 규정을 어겼다며 관리인에게 일러바치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바싹 마른 몸에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로 봐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고, 굳이 맞대응하기보다는 그냥 웃어넘기며 지내곤 했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었고, 식료품을 사러 나오는 정도 외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어쩌다 마주쳐도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고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주차된 차만 그대로 있고, 할머니의 모습이 전혀 보이..

미국 생활 2025.04.17

까칠녀 얘기

올해 나이 80이 된다는 이웃 영감이 나와 산책길에서 마주치면 그가 꺼내는 대화는 대개 정해져 있다.첫째는 날씨 얘기. 둘째는 허리가 아파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 이 얘기를 할 때는 꼭 얼굴을 찌푸린다. 셋째는 근처에 사는 메리라는 좀 젊은 할머니 흉을 보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의 호칭은 까칠녀(사실은 ㅁㅊㄴ이라고 부르는데 조금 순화해서)이다. 오늘 아침에는 까칠녀 얘기를 먼저 꺼내었는데, 무슨 국가 기밀 얘기하듯이 목소리를 낮추고, 좌우를 둘러보며 얘기를 시작했는데, 내용이라야 늘 듣던 거라서 별 거 없다.“조금 전에 까칠녀가 산책하는 걸 보았어. 자네 그녀를 보면 주의하게. 눈 마주치지 말고. 말 걸지 말게나. 알았지?”그 영감과 까칠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

미국 생활 2025.03.30

포도주 양조장에 다녀와서

서양 식당에 가서 병째로 포도주를 시키면 웨이터가 병마개를 따고 일행 중 누가 대표로 시음할 건지 묻는다. 대표 선수가 선정되면 웨이터는 잔에 포도주를 조금 따라서 정중한 태도로 시음자에게 건넨다. 그러면 대표 선수가 시음하고 나서 대개는 좋다고 의사 표시를 하면 웨이터는 함께 온 모든 사람에게 한 잔씩 정량을 따라준다. 나는 그런 적이 없지만, 간혹 외국인들은 시음 후 마음에 안 드니 다른 술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포도주 양조장에서 정식으로 시음하는 건 절차가 조금 복잡하다. 양조장에서 생산한 포도주 중에서 손님이 원하는 술 대여섯 가지를 한 병씩 앞에 둔다. 선택하는 술의 종류가 늘어나면 시음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병마개는 이미 따져있다. 술의 특성을 설명한 설명서가 ..

미국 생활 2025.03.11

우리 동네 인터넷 사랑방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여 꾸려나가는 ‘Nextdoor.com’이라는 블로그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사랑방 또는 수다방이 있다. 참여하고 처음 본 게시물은 ‘집 나간 고양이를 찾습니다,’라는 것이었는데, 고양이 사진과 특징을 적은 글이었다. 그렇고 그런 제보가 올라오더니 바로 그다음 날 고양이가 귀가했다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랑방에 올라오는 글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동네 외과 의사가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더라.-외출하다가 어디에 교통사고 난 걸 보았는데, 사고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알려 달라.-안 쓰는 가구를 거저 줄 테니 희망하는 사람은 연락 주기 바란다.-욕실을 개조하려고 하니 믿을 만한 업자를 소개해 달라.-자동차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줄 사람 없소?-..

미국 생활 2025.03.01

나는 겨울이 참 싫다

어느 여론조사업체에서 미국인 15,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관해 물었더니 절반 가까이가 겨울이 제일 싫다고 답했다. 나도 겨울이 참 싫다.  날씨가 추우면 기온이 떨어지고 내 기운도 덩달아 떨어진다. 늦은 아침,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창밖은 어둡고, 오후 네 시면 벌써 어두워서 가로등이 켜지고 게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해진다. 망가진 다리의 통증도 심해지고, 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잦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날씨가 추우니 몸이 불편하다거나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되니 나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다들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겨울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성당 교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가끔 전해 듣고, 한국에 있는 동창생들의 부음도..

미국 생활 2025.02.27

미국인만이 하는 15가지 관행

미국인만이 하는 15가지 관행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Dan Parker의 American Charm에서 발췌 정리 1. 고등학교 졸업 댄스 파티화려한 드레스, 턱시도, 리무진, 춤으로 가득한 무도회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통과의례와도 같은 큰 행사이다. 인근 호텔 방에서 마무리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미국 부모들은 성인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행위에는그리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2. 대학 스포츠에 열광다른 나라에서는 프로 스포츠에 큰 관심을 두지만, 미국에서는 대학 스포츠가 그에 못지않게, 때로는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드러나는 듯하다. 3. 저녁 식사로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 제공미국인들은 저녁 식사로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을 내놓는 게 실제..

미국 생활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