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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어두워서

너덧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귀 때문에 적지 않은 문제를 겪으며 살아왔다. 휴전 직후에 중이염으로 고생했지만, 당시에는 위생 관리가 열악했고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웠기에 그냥 방치해 두어서 문제를 키웠던 것 같다. 자라며 오랫동안 이명으로 고생했지만, 특별히 치료를 받은 기억이 없다. 난청으로 평생 어려움을 겪으며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여러 차례 만나 보았지만, 진료를 통해 청력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어릴 적에 치료받아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었다.    청력이 시원치 않으니 수업 시간에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고, 대화가 원만하지 않아서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지 않아도 내성적인 성격이 더욱 움추러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귀만 정상이었더라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원만해서 부..

가족 이야기 2024.09.07

추 메이 할머니

‘추 메이’이웃에 사는 대만 출신 85세 할머니의 이름을 처음 듣고는 한국 여성 정치인의 이름과 거의 같아서 호감이 가지 않았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루뭉술한 체격에 건들건들 걷는 모습,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친 옷차림이 우리가 어려서 고국에서 대하던 중국 여성과 비슷해서 멀리서 보아도 영락없는 중국인으로 보였다. 이름이야 어떻든지 간에 가끔 얘기를 나눠보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았다.엊그제 산책길에 만난 아내에게 직접 짠 모자 두 개가를 주더란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아내 것. 써 보니 내 머리에 딱 맞았다. 사실 내 거는 두 개를 짜 두었는데, 그 전날 산책길에서 나를 만나 내 머리통을 유심히 보았더니 생각보다 커 보여서 그중 큰 걸로 주는 거라고 했다.이름이 누구랑 비슷하면 어떤가? 건들건들 걸..

미국 생활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