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추 메이 할머니

삼척감자 2024. 9. 6. 22:58
‘추 메이’
이웃에 사는 대만 출신 85세 할머니의 이름을 처음 듣고는 한국 여성 정치인의 이름과 거의 같아서 호감이 가지 않았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루뭉술한 체격에 건들건들 걷는 모습,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친 옷차림이 우리가 어려서 고국에서 대하던 중국 여성과 비슷해서 멀리서 보아도 영락없는 중국인으로 보였다. 이름이야 어떻든지 간에 가끔 얘기를 나눠보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았다.
엊그제 산책길에 만난 아내에게 직접 짠 모자 두 개가를 주더란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아내 것. 써 보니 내 머리에 딱 맞았다. 사실 내 거는 두 개를 짜 두었는데, 그 전날 산책길에서 나를 만나 내 머리통을 유심히 보았더니 생각보다 커 보여서 그중 큰 걸로 주는 거라고 했다.
이름이 누구랑 비슷하면 어떤가? 건들건들 걸으면 또 어때? 뜻밖의 선물을 받고나니 그런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월 중 아내의 유럽 여행 중에 필요하면 식품점에 갈 때 자신이 차편을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니, 이래저래 고맙다. 이런 이웃 덕분에 올겨울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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