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조앤 할머니

삼척감자 2024. 8. 14. 20:36

체육관에 가려고 집을 나서다가 조앤 할머니를 만났더니 손짓하며 말이 있으며 기다려 달라고 한다.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며느리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마치 바싹 마른 가랑잎 같았다. 쾌활한 큰아들 지미의 얼굴은 침통해 보였다. 얼마 전에 들은 말이 있기에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했다.

스티브, 조셉(작은아들) 입원했어. 이번이 아마 마지막이 같아.”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내외도 얼마 전에 다녀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큰아들 내외도 방문할 때마다 조셉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아흔 가까이 할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지내지만, 건강은 그만그만한 같았다.

조셉은 전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지만, 가끔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며 지낸다고 했다.

부모 잃은 아이를 고아라고 하고, 남편 잃은 여인을 미망인이라고 하고, 아내 잃은 남자를 홀아비라고 하지만, 자식을 앞세운 부모를 가리키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슬픔이나 고통이 지극하여 적당한 단어로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노환으로 시달리는 할머니가 충격을 받아 병세가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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