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산책길에 이웃 영감탱이(나보다 네 살 더 많은 백인)를 만났더니, “요즘 니 마눌님 안 보이네.”라고 물었다. 그래서 아내가 2주 예정으로 독일 여행 중이라는 얘기, 끼니때마다 밥 챙겨 먹기 귀찮다는 얘기, (운전을 못 하니) 꼼짝없이 갇혀 사는 답답함 등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만나도 별로 할 얘기가 없던 그 영감은 그 후로는 만날 때마다 밥은 잘 챙겨 먹냐?, 마눌님이 언제 오냐? 왔냐, 돌아오니 좋냐? 라며 실실 웃으며 나를 놀리듯이 물었다. 밥 한 끼 사준다거나, 어디 바람 쐬러 데려간다거나 하지 않고, 입으로만 걱정해 주는 체 해서 기분이 썩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그 영감이 그리 밉지는 않았다. 그 영감도 뭐 그리 걱정해 주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날씨 얘기 말고 달리 할 얘깃거리가 생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