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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귀가

몇 주 전 산책길에 이웃 영감탱이(나보다 네 살 더 많은 백인)를 만났더니, “요즘 니 마눌님 안 보이네.”라고 물었다. 그래서 아내가 2주 예정으로 독일 여행 중이라는 얘기, 끼니때마다 밥 챙겨 먹기 귀찮다는 얘기, (운전을 못 하니) 꼼짝없이 갇혀 사는 답답함 등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만나도 별로 할 얘기가 없던 그 영감은 그 후로는 만날 때마다 밥은 잘 챙겨 먹냐?, 마눌님이 언제 오냐? 왔냐, 돌아오니 좋냐? 라며 실실 웃으며 나를 놀리듯이 물었다. 밥 한 끼 사준다거나, 어디 바람 쐬러 데려간다거나 하지 않고, 입으로만 걱정해 주는 체 해서 기분이 썩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그 영감이 그리 밉지는 않았다. 그 영감도 뭐 그리 걱정해 주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날씨 얘기 말고 달리 할 얘깃거리가 생겨서..

미국 생활 2024.11.04

계란 껍데기 깨기

오늘 아침에 삶은 계란 두 개를 깨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계란의 어느 부분을 깰까? 별로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대개 계란의 중간 부분을 식탁에 두들 겨서 껍질을 깐다. 때로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계란의 양쪽 끝부분 중 어느 부분이든 생각 없이 식탁에 두들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처럼 별생각 없이 계란을 잡고 어느 쪽이든 식탁에 두들겨서 껍질을 깔 것이다. 어떻게 깨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여길까? 살 만큼 살아보니 큰 일을 두고 깊이 고민하거나 걱정하기보다는 계란 껍데기 깨기보다 더 자잘한 일을 두고 앙앙불락하느라 마음 편히 보내지 못 한 시간이 훨씬 더 길다.  영국인 조너선 스위프트의 1726년 작 풍자 소설인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릴리퍼트라는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본래 삶..

이것저것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