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적산전력계 검침 문제

삼척감자 2024. 8. 13. 05:23

며칠 전 이메일로 온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치 전기 요금이 대개 $30~50였는데, 갑자기 $362로 치솟을 까닭이 없다. 대학교 때 전공과목 중 하나인 전기계측시간에 공부한 전력 사용량 측정기인 적산 전력계의 구조도 단순하여 고장이 날 일이 없다. 더구나 두 달 전에 아날로그식을 디지털식으로 바꾼 최신형인데 그 사이에 고장날 까닭이 없다.

 

분명히 검침원이 실수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1년간의 매달 전기 요금과 사용량 기록을 모았더니 그 확신이 더욱 굳어졌다. 전기 요금을 그대로 내고 그냥 두어도 잘못 부과된 요금은 앞으로의 검침을 통해 자동 정산될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는 싫었다.

 

설사 앞으로 몇 달 동안 요금을 내지 않고 넘어가더라도 $50이 안 되는 금액만 내면 될 걸 반년 치 이상을 한꺼번에 내려니 좀 억울했다. 더구나 연금 생활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리고 하던 번역 일이 모두 끝나니 시간이 남아돌아서 심심하던 차에 전기회사와 티격태격하는 것도 좋은 소일거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서 전기회사에 재검침 후 요금을 재조정해 달라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더니 얼마 후에 48시간 이내에 적절한 조처를 한 후 답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그 회사의 소비자 불만 처리 부서에 전화해서 같은 얘기를 했더니 담당자는 자기로서는 검침이 잘못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담당 부서에 내 불만 사항을 전달해서 다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전기 요금은 내가 늘 내던 만큼만 우선 납부하면 된다고 했다.   

 

전기회사에 처음 문제 제기하고 닷새, 그러니까 120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을 받지 못하자 화가 났다. 그래서 조금 강력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서 항의했더니 그다음 날 엉뚱한 이메일을 보내 왔다.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만족했으리라 확신하며, 다른 문제 제기가 없으면 이 클레임은 종결된 것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조처를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누구 마음대로 종결 조치해?”라고 이메일을 또 보냈더니 그다음 날 이메일로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다. “다시 조사를 해 보았더니 검침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기에 귀하의 요청대로 정상적인 요금으로 재산정해 드리겠습니다.”

 

소일거리 삼아 문제 제기한 게 내 요청대로 받아들여지니 별로 얻은 건 없어도 기분은 좋았다. 왕년의 대기업체 서비스 책임자의 경험을 되살려서 재미있게 놀아 본 걸로 치부해야지. 다시 정리해 보면 서비스 담당자는 (1)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히, 약속한 날짜) (2) 적절한 조처를 했으면 반드시 그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대체로 미국인 서비스 담당자는 고객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단히 친절하다. 이런 건 한국인 서비스 담당자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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