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배불뚝이 이웃 영감

삼척감자 2024. 7. 22. 08:57

우리 이웃에 사는 작달막한 배불뚝이 영감은 아침마다 늙은 개와 함께 산책한다. 그의 아내가 가끔 터키를 방문했다고 말하더라니 거기 출신인가 보다. 그의 외동딸이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맡기러 가끔 오곤하는데 우리 딸들보다 어려 보이는 걸로 보아 그 영감도 나보다 나이가 적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 영감과 나는 둘 다 무뚝뚝한 편이라 산책길에서 지나쳐도 마지 못해 ‘Good Morning!”이라는 인사를 주고받기는 해도 대개는 못 본 체한다. 그러니 이름도 모르고, 성도 당연히 모르고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그 영감이 느닷없이 “Good Morning, YOUNG MAN!”이라고 인사했다. Young Man이라? 그 영감이 나를 어리게 본다는 얘기렸다. 나이 차이를 그리 문제 삼지 않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나이가 벼슬인 나라에서 온 내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터키 출신 영감에게 그런 인사를 받으니 떨떠름했다. “어린놈이 까불어? 언제 날 잡아서 쯩 한번 까 봐?”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를 젊게 봐준다니 오히려 고마워할 일이 아닌가?

서열 정리할 생각을 버리고 이참에 그 영감을 나보다 어린 형님으로 모시며 젊은 기분으로 사는 게 나을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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