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이웃 영감이 느닷없이 말을 던졌다.
“당신 메리라는 여자 알지?”
“알다마다요. 패션모델 출신이었다는 여자 말이지요?”
노인들이 사는 콘도 단지에서 60대 초반의 젊은 여성,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아직도 뒤태에 눈길이 끌리게 하는 패션모델 출신 독신 여성은 동네 영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 여자, 좀 이상한 여자야. 말 섞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산책길을 휙 지나가기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을 만나도 거의 아는 체하지 않고 언제나 밀짚모자 같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집 앞에서 접이식 의자에 앉아 독서에 빠져 있을 때 말고는 오래된 현대 엘란트라와 시간을 보낸다.
차에 덮개를 씌우거나, 덮개를 벗기거나, 차를 닦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니 차에 유달리 애착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유난을 떠니 그 차는 주차장에서 일 년 내내 덮개를 뒤집어쓰고 끈으로 꽁꽁 묶인 채로 지내니 좀 답답해 보인다. 그런 일을 할 때마다 우산으로 해를 가리니 피부 관리에도 유난을 떨 것이다.
좀 유난스러운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게 이상한 걸까?
아무래도 그 영감이 메리라는 여자에게 실없는 말을 건네다가 핀잔을 맞은 건 아닐까?
아침부터 별것이 다 궁금해지니 나도 어지간히 할 일이 없는 영감탱이인가 보다.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불뚝이 이웃 영감 (1) | 2024.07.22 |
---|---|
엔지 할머니 (0) | 2024.06.22 |
바람피운 남편이 아직도 용서가 안 되어서 (0) | 2024.06.09 |
미국 은행원 (0) | 2024.06.01 |
이웃 할머니 돕기 (0) | 2024.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