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29

Act of God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며, 인간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지진, 홍수,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를 영어로 Act of God(하느님이 하신 일)이라고 한다. 제품 보증서나 보험 계약서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한 제품 손상이나 인명 손상 또는 물질적 피해는 제조회사나 보험회사에서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하느님의 선한 의도에 따라 일어나며,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수많은 자연현상에는 왜 Act of God(하느님이 하신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까? 며칠 전 우리 성당의 신부님께 튀르키예 지진 얘기를 하면서 그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불가항력이라는 뜻으로 Act of God(하느님이 하신 일)을 쓰다가 그게 관용어로 굳어버린 겁니다. 일단 그렇게 쓰기 시작해서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신앙 생활 2023.02.14

죽은 모든 사람이 다시 살아남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국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소개하는 영화 리뷰를 보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자 친구가 거의 20년 후에 남자로 환생하여 동성애 관계를 갖는 영화인데 출연자들의 연기가 뛰어나서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환생과 동성애라는 주제에 별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가톨릭신자인 내가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윤회나 환생이라는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기는 하지만, 다른 종교의 교리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윤회나 환생을 믿는 이들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여러 자료를 참고하여 윤회와 환생, 그리고 부활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윤회(輪廻)는 인도 계통의 종교인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의 종교 용어이다. 사람이 태어나 늙고 병들었다가 죽기를 끊임없이..

신앙 생활 2023.01.20

다윗과 밧 세바 이야기

성경에서 다윗과 밧 세바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궁금했다. 임금이라는 권력자가 위력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성폭행한 사건’일까, 아니면 목욕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 임금을 유혹하여 왕비가 되고 마침내 자식(솔로몬 왕)을 왕위에까지 오르게 한 어느 여인의 신분 상승기일까? 오랫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이들은 밧 세바가 계획적으로 임금을 유혹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윗이 죄를 지은 데는 그녀도 일정 부분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추측하기도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성경은 분명히 다윗을 비난하고 있다. 다윗과 밧 세바의 이야기는 추잡한 유혹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이용해 여인을 건드..

신앙 생활 2023.01.17

열왕기를 읽고서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에는 모두 42명의 임금(여왕 1명 포함)이 있었다. 사울이 첫 번째 임금으로서 40년간 이스라엘의 12개 지파를 통치했으며, 사울 사후에 왕국이 일시적으로 분열되어 다윗이 유다 왕국을 통치하였지만,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반란을 일으켜 2년 동안 왕국의 일부를 점거 통치했다. 이후 이스보셋이 암살되고 나서 다윗이 12지파 전부의 임금이 되었다. 이후 그의 아들 솔로몬이 그를 이어 임금이 되어 12지파 모두를 다스렸다. 솔로몬의 통치가 끝나자, 이스라엘 왕국은 분열되었다. 벤야민 지파와 유다 지파는 르하브암 왕과 함께 남아 유다 왕국(남부 왕국)이 되었고, 다른 10개의 지파는 자신들의 왕으로 예로보암을 세우고 이스라엘 왕국(북부 왕국)으로 분리되었다. 북부 왕국 이스라엘은 19명의 ..

신앙 생활 2023.01.10

이번에도 묵시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보네

작년 1월 1일에 한 해를 시작하며 일곱 번째로 성경 통독을 시작하며 대한 첫 구절은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창세 1, 1)”이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통독을 마치며 읽은 신약성경의 마지막이자 성경 전체의 마지막 구절은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묵시 22, 21)”이다. 각각 한 해의 시작과 마지막에 딱 맞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경은 전체적으로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묵시 22, 13)”라는 주님의 모습을 기록한 책일 거다. 성경 통독을 하면서 구약 성경에 나오는 각종 규정과 계명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면 머리가 아팠지만, 신약 성경의 제일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도 정말..

신앙 생활 2023.01.06

고생을 사서 한 바오로 사도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오로가 쓴 서간을 읽다 보면 그분이 겪은 고난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특히,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 그분이 겪은 것으로 열거된 육신의 고통과 위험과 어려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육신의 고통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다.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다) 2. 여덟 가지 위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 3. 여덟 가지 어려움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

신앙 생활 2022.12.28

알몸으로 달아난 젊은이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어떤 젊은이가 알몸에 아마포만 두른 채 그분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그를 붙잡자, 그는 아마포를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 (마르 14, 50-52) 성경 통독을 하며 마르코 복음서에 나오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다른 복음서에는 나오지 않는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왜 복음서에 등장할까? 전후 사정을 헤아려 보아도 이 이야기가 들어가야 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우리 주님이 겟세마니에서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다가 잡히신 극적인 사건에서 제자들이 모두 그분을 버리고 달아났는데도 용감하게 그분을 따라간 이 젊은이는 누구일까? 일부 성서학자들은 이 젊은이가 마르코 사도였다고 보기도 한다. 예수님이 끌려가는 심각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

신앙 생활 2022.11.09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가을이 깊어가며 나뭇잎이 곱게 물들어 주위 풍경이 참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노란색은 더 노랗게, 빨간색은 더 빨갛게 물들어 가며 자연의 신비를 드러낸다. 매년 이맘때면 보는 단풍이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시골로 이사 와서 갖가지 나무로 둘러싸여서 살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다. 집 주위에 사는 동물들은 요즈음 겨울 준비를 열심히 한다. 줄무늬 다람쥐는 볼따구니 가득 도토리를 물고 땅속 소굴로 물어 나르느라 바쁘고, 청설모는 종일 땅을 파서 도토리를 숨기느라 쉴 틈이 없어 보인다. 여름 내내 눈에 띄지 않던 사슴 가족은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나타나 도토리를 주워 먹거나 나뭇잎을 뜯어 먹기에 바쁘다. 아마도 식량이 부족한 겨울에 살아남기..

신앙 생활 2022.10.25

염불에는 맘이 없고

“에프라임 사람들은 용사같이 되고 그들의 마음은 포도주를 마신 것처럼 기뻐하리라. 그들의 자녀들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들의 마음은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라.” (즈카 10, 7) 오늘 아침에 읽은 성경 구절이다. 이걸 읽으며 제대로 된 묵상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은 포도주를 마신 것처럼 기뻐하리라.”에 눈이 끌려 군침부터 돌았으니 그야말로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고나 할까. 오늘 아침에는 커피 대신 포도주나 한 병 깔까? 아니, 그건 좀 과한 것 같으니 커피에 위스키나 몇 방울 넣어 마실까? 그러면 마음이 기뻐질까? 나이 들며 술 마시는 양과 횟수가 무척 줄었지만, 성경에서 이런 구절이 눈에 띄면 반갑다. 오늘 저녁도 술 마시지 않고 그냥 넘기기는 힘들 듯하다. 하느님이 ..

신앙 생활 2022.10.20

에제키엘서를 읽다가

예언서인 에제키엘서 1장에 나오는 ‘주님의 발현’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때 내가 바라보니, 북쪽에서 폭풍이 불어오면서, 광채로 둘러싸인 큰 구름과 번쩍거리는 불이 밀려드는데, 그 광채 한가운데에는 불 속에서 빛나는 금붙이 같은 것이 보였다.” (에제 1, 4) 이어서 계속되는 구절에서 하느님이 에제키엘에게 임무를 내리시는 장면에서 하느님의 권능이 빛을 내뿜는 바퀴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마다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온 우주인의 출현일 거라고 상상해 본다. “그 바퀴들의 모습과 생김새는 빛나는 녹주석 같은데, 넷의 형상이 모두 같았으며, 그 모습과 생김새는 바퀴 안에 또 바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이 나아갈 때는, 몸을 돌리지 않고 사방 어디로든 갔다. 바퀴 테두리는 ..

신앙 생활 20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