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삼척감자 2022. 10. 25. 12:04

가을이 깊어가며 나뭇잎이 곱게 물들어 주위 풍경이 참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노란색은 더 노랗게, 빨간색은 더 빨갛게 물들어 가며 자연의 신비를 드러낸다. 매년 이맘때면 보는 단풍이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시골로 이사 와서 갖가지 나무로 둘러싸여서 살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다.

 

집 주위에 사는 동물들은 요즈음 겨울 준비를 열심히 한다. 줄무늬 다람쥐는 볼따구니 가득 도토리를 물고 땅속 소굴로 물어 나르느라 바쁘고, 청설모는 종일 땅을 파서 도토리를 숨기느라 쉴 틈이 없어 보인다. 여름 내내 눈에 띄지 않던 사슴 가족은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나타나 도토리를 주워 먹거나 나뭇잎을 뜯어 먹기에 바쁘다. 아마도 식량이 부족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을 찌우려나 보다.

 

얼마 전부터 새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어쩌다 멧새만 가끔 눈에 띌 뿐이고, 온 동네를 붕붕거리며 분주히 날아다니던 말벌은 이제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겨울에는 이런 동물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폭설이나 추위에 모두 사라졌으려니 했는데도 봄이 돌아오면, 모두 차례차례 나타나서 늦겨울까지 열심히 사는 걸 보여준다.

 

연금 생활자인 나는 특별히 겨울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 김장을 한다거나 땔감을 저장할 필요가 없고, 식품점이 가까우니 비상식량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부쩍 술 생각이 날 테니 소주나 넉넉하게 준비해 두고, 즐기는 라면이나 떨어지지 않게 보충해 주면 든든하다.

 

오늘 읽은 성경 구절은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이다. (마태 6, 22)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먹고 사는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물질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인간의 삶에는 의미가 있고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다. 우리가 돈이 없다고 지나치게 걱정한다면 우리는 하느님 보다는 돈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것이다. 하느님을 위해 사는 삶은 우리가 근심 걱정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주시는 그분께 대한 신뢰를 갖는 삶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새들을 예로 들면서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고 하시며 하느님의 돌보심을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우리가 새들보다 더 소중하냐고 물으신다. 물론 아버지 하느님에게 우리 자녀들은 새들보다 더 소중하다. 하느님께서 새들을 먹여 주신다면 그것들보다 훨씬 더 소중한 우리도 먹여 주실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을 신뢰하라고 하신다.

 

이 구절을 읽으며 하느님의 계획과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늘 같지는 않겠다고 생각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걸 주시는데, 때때로 우리는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주님은 세속적인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려는 듯하다.

 

젊어서 먹고살기가 어려울 때 나는 이 성경 구절을 일부러 찾아 읽고 묵상하며 위안을 얻고는 했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아서 절망하기도 했다. 두 딸이 대학 진학할 무렵에는 학자금 마련할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 하기도 했지만, 돈 걱정 없이 4년을 마칠 수 있었다. 은퇴 이후의 생계유지도 큰 걱정거리였지만, 그럭저럭 별로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으니 돌이켜 보니 내 삶은 이 성경 구절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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