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에제키엘서를 읽다가

삼척감자 2022. 9. 16. 20:46

<자신 앞에 나타난 천사를 바라보는 에제키 엘 >

예언서인 에제키엘서 1장에 나오는 주님의 발현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때 내가 바라보니, 북쪽에서 폭풍이 불어오면서, 광채로 둘러싸인 큰 구름과 번쩍거리는 불이 밀려드는데, 그 광채 한가운데에는 불 속에서 빛나는 금붙이 같은 것이 보였다.” (에제 1, 4)

이어서 계속되는 구절에서 하느님이 에제키엘에게 임무를 내리시는 장면에서 하느님의 권능이 빛을 내뿜는 바퀴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마다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온 우주인의 출현일 거라고 상상해 본다.

 

그 바퀴들의 모습과 생김새는 빛나는 녹주석 같은데, 넷의 형상이 모두 같았으며, 그 모습과 생김새는 바퀴 안에 또 바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이 나아갈 때는, 몸을 돌리지 않고 사방 어디로든 갔다. 바퀴 테두리는 모두 높다랗고 보기에 무서운 데다, 그 네 테두리 사방에 눈이 가득하였다. 그 생물들이 나아가면 그 곁에서 바퀴들도 나아가고, 생물들이 땅에서 떠오르면 바퀴들도 떠올랐다.” (에제 1, 16~19)

 

이런 묘사가 사실은 고대 근동에서 신적 존재를 묘사할 때 쓰인 흔한 이미지라고 한다. 해설서에서 그런 설명을 읽고서도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영화 ET의 마지막 장면에서 ET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항상 네 곁에 있을게라는 약속을 남긴 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연상된다. 경건한 마음으로 성경을 대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메시지를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 비현실적이며 환상적인 상상을 펼치는 내가 한심스럽기는 하지만, 성경을 읽으며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다.

 

그런데 다음 구절은 현실적이며 사실적인데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너는 그 빵을 보리 빵처럼 구워 먹는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인분으로 불을 피워 구워라.” 그런 다음 주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민족들 사이로 내쫓으면, 그들은 그곳에서 이처럼 부정한 빵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 주 하느님! 저는 저 자신을 부정하게 만든 일이 없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저절로 죽거나 맹수에게 찢겨 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부정한 고기가 제 입속으로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그러면 인분 대신 쇠똥을 쓰도록 허락한다. 그것으로 불을 피워 빵을 구워라.” (에제 4, 12~15)

 

아무리 땔감이 부족해도 그렇지, 인분이나 쇠똥으로 불을 피워 빵을 구우라니 하느님께서 심술을 부리시는 걸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하라시니 이게 도대체 어떤 메시지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똥도 잘 말리면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걸로 구운 빵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자신이 없다. 

 

나는 성경을 읽으며 가끔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글자마다, 문장마다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서 숨은 보물을 캐내야 할 텐데, 늘 이런 식으로 성경을 대하니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 게 적은 것 같다.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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