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고생을 사서 한 바오로 사도

삼척감자 2022. 12. 28. 21:46

신약 성경에서 사도 바오로가 쓴 서간을 읽다 보면 그분이 겪은 고난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특히,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 그분이 겪은 것으로 열거된 육신의 고통과 위험과 어려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육신의 고통

마흔에서 하나를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다.

채찍으로 맞은 것이 ,

돌질을 당한 것이 ,

파선을 당한 것이 .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다)

 

2. 여덟 가지 위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

 

3. 여덟 가지 어려움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

 

평생 이처럼 다양하고도 모진 고통을 받았으니 사도의 건강 상태는 당연히 엉망이었고 외모가 부실해 보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성경에도 막상 대해 보면 그는 약하기 짝이 없다.”(2코린 10, 10)라는 표현이 나올까.

 

바오로 사도는 태어날 때부터 로마 시민권자였으며, 정통 유대인 가문에서 최고의 학문을 섭렵했고, 천막 만드는 기술이 있어서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능력도 있었다. 마음만 달리 먹었더라면 편안히 살 수 있었던 그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했을까?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12, 12)라는 그의 글을 보면 예수님이 지상에서 직접 선발하신 어느 사도보다도 더 열심히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쓴 서간문을 보면 마음만 먹었으면 피할 수도 있었을 지긋지긋한 고생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 것 같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이 지상에서 생활하실 때 그분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도행전에는 사도와 예수님이 만나는 사건을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설명한다.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사울아, 사울아,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울이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일을 누가 일러 것이다.사울과 동행하던 사람들은 소리는 들었지만 아무도 없었으므로 멍하게 있었다. 사울은 땅에서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손을 잡고 다마스쿠스로 데려갔다. 사울은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사도 9, 1~9)

 

이 사건 이후 사도의 삶은 온전히 바뀌어 그는 순교할 때까지 몇십 년 동안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교활동에 온몸을 바치게 된다. 내가 달릴 길을 달려 예수님께 받은 직무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칠 수만 있다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사도 20, 24)라는 극에서 그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고,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 7)에서는 그가 후회 없는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복음성가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1절은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으로, 2절은 예수님처럼 바오로처럼으로 시작한다. 말씀 자체이시며 스스로 빛을 내는 예수님을 해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며 평생을 보낸 바오로를 반사체인 달로 비유한 가사가 가슴에 와닿아서 들을 때마다 감동하지만, 가끔은 이런 의문도 갖게 된다.

바오로처럼 잘난 사람이 어떻게 예수님과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변화하여 평생 엄청난 고생을 즐기며 살 수 있었을까?

이제까지 예수님을 수없이 만났을 나는 어째서 변화하지 않고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을까?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믿음의 문제일 것이다.

 

(2022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