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29

하느님의 침묵

‘붉은 수수밭’이라는 중국 영화는 장이머우 감독의 데뷔작이자 배우 궁리가 처음 출연한 영화로서 두 사람은 이 영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나에게 중국 영화에 관심을 끌게 한 영화인데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 인물이 일본군에게 잡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형별을 받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은 건너뛰었는데도 상상만으로도 매우 두려웠다.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에서 정경으로 인정하는 마카베오기 2권 7장에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시리아의 안티오코스 4세 때에 유대인인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매질을 당하며, 유대 율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

신앙 생활 2022.09.07

하느님, 뭔가를 보여 주셔야지요

며칠 전 CNN에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파비안 아리아스 신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화면에서는 이 성당의 주임 신부인 아리아스 신부가 서른세 번째 사망자로 명단에 오른 라울 루스 로페스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는 걸 보여준다. 39세인 식당 배달원인 로페스는 지난달 뉴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 성당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여러 신자 중 한 명이다. 아리아스 신부의 책상 위에는 장례 미사를 대기하고 있는 사망자 명단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이 장례 미사 후에 쓸 마스크가 있다. 그 명단에는 1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조만간 더 많은 신자의 이름이 추가될까 봐 걱정이다. 성당 지도자들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신자들이 벌써 44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사..

신앙 생활 2022.09.07

영명축일 축하 인사

가톨릭과 일부 개신교에서는 세례받을 때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된 성인을 주보 성인(主保聖人)이라고 한다. 이는 세례명으로 선택한 성인의 삶을 본받아 살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이름을 바꿈에 따라 그 사람도 변화한다는 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교회에서는 각 성인에 대하여 특별히 그분을 기념하는 날을 정하는데 대개는 그 성인의 기일을 축일로 삼는다. 신자는 자신의 주보성인의 축일을 영명축일로 기념하고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앙심이 깊은 분들은 영명 축일을 생일보다 더 의미 있는 날로 여기고 그날이 되면 다른 신자들의 축하를 받는다. 나의 주보성인은 스테파노 성인이므로 내 영명축일은 그분의 축일인 12월 26일이다. 주님 탄생 대축일인 12월 25일의 바로 다음 날이라서 나도..

신앙 생활 2022.09.06

악마를 보여 주겠소

가톨릭 교리서 제391항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우리의 첫 조상들이 불순명을 선택하게 된 배후에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유혹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 성경과 교회의 성전(聖傳)은 그 목소리에서 사탄 또는 악마라 불리는 타락한 천사를 본다. 교회는 그가 본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한 천사였다고 가르친다. 악마와 모든 마귀는 하느님께서 본래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그들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 이글에서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이라는 구절을 보면 질투심이 죄는 아닐지 몰라도 질투심 때문에 죄를 짓게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란 뜻이다. 그런데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던 천사 중 일부가 “나도 하느..

신앙 생활 2022.09.05

아버지가 고래로 환생했을까

인간이 죽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리스도교(가톨릭, 개신교 및 여러 정교회)에서는 “사람이 죽고 나면 살아 있을 때의 행실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 또는 연옥으로 가지만, 이런 영적인 세계에 계속 머무는 건 아니다. 마지막 때가 되면 다시 이 세상으로 부활하여 재림 예수 그리스도에게 최후의 심판을 받고 구원받은 자들은 새롭게 달라지고 악한 것들이 제거된 이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지옥으로 다시 가서 영원히 머물게 된다.”고 ‘믿을 교리’로 신자들에게 가르친다. 나는 믿음이 확고하지 못하여 때로는 사람이 죽고 나면 육신과 영혼이 함께 소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환생이란,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하며, 죽은 후 영혼이 다시 새로운 인간(혹은 다른 생명체)으..

신앙 생활 2022.09.05

성경 통독을 마치며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지식인들만 읽을 수 있던 성경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한 위대한 성서학자 예로니모 성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성경을 모르는 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 기도는 하느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이고, 성경을 읽는 건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다. · 성경을 잘못 해석하면 주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바꾸게 되고, 때로는 악마의 말로 바꾸게 된다. · 항상 거룩한 책을 방패 삼아 손에 지녀라. 그리하면 자신이 나쁜 생각에 빠지는 걸 막게 된다. 성인의 말씀을 새기며 교우 몇 분이 1년 동안 성경을 완독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성경 읽기를 시작한 게 1년 전이었는데 몇 분은 끝까지 완독했지만, 몇 분은 중간에 포기했다. 나 혼자서 성경 읽기..

신앙 생활 2022.09.05

성경 요약본을 완성하고 나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청객 때문에 발동된 야간 통행 금지령과 사회적 격리로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서 지낸 지가 한 달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된 인원과 치료 중 사망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그걸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보건 당국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해마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평균 36,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60만 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57만 명,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2,000명, 다치는 사람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독감이나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이상..

신앙 생활 2022.09.04

바빌론 강가에서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 찬양, 찬미, 탄원, 감사 등이 표현된 수많은 시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인데 가끔 악의 세력에 저항하기 위한 저주가 표현된 시를 대하면 마치 못 볼 걸 본 것처럼 언짢다. 시편 137편 7~9절도 일종의 저주 시편인데 9절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를 읽으며 마음이 불편했다. 끔찍한 악행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도 그런데 그걸 저지르는 이에게 행복을 빌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대목에 대한 해설을 찾아서 읽어보니 대체로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 이처럼 잔인하고 가혹한 일을 저지른 이는 유대인들을 노예로 끌고 갔으며, 아이들을 살해했으며, 예루살렘을 파괴한 바빌론을 이른다. - 죄 없는 어린이들의 학살은 고대 전쟁에서는 관행이었을지 몰라도 용서받..

신앙 생활 2022.09.04

눈 안의 사과

성경을 읽을 때 영한대역 성경을 사용하면 한글 번역에서는 모호했던 의미가 영문 성경에서는 분명해지는 걸 가끔 경험한다. 얼마 전 구약 성경에서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라는 구절을 보고 ‘왜 하필이면 눈동자에 비유했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인터넷으로 조사하여 보았다. 눈동자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서 특별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서 눈동자 쪽으로 무언가가 날아올 때, 눈꺼풀은 반사적으로 닫히고, 머리는 돌아가고, 손은 그 물체를 막으려고 움직인다. 우리의 시력은 소중하므로 우리의 몸이 그 연약한 부위가 상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것이다. ‘Apple of one’s eye’는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 또는 소중한 사물을 일컫는 말로서, 예를 들면 ‘The youngest daughter wa..

신앙 생활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