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성경 요약본을 완성하고 나서

삼척감자 2022. 9. 4. 04:09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청객 때문에 발동된 야간 통행 금지령과 사회적 격리로 어쩔 없이 집에 갇혀서 지낸 지가 한 달이 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된 인원과 치료 중 사망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그걸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보건 당국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해마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평균 36,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60만 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57만 명,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2,000, 다치는 사람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독감이나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이상하게도 상어의 공격을 받아서 죽는 사람은 한 해에 네 명 정도인데도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매스컴에서 온통 야단법석을 떤다.

 

그런데 유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나친 공포를 느끼는 건 왜일까?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이나 확실한 치료제도 없으니 피해 정도에 비해 엄청난 집단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의 경우 선제적 방역으로 효과를 보았다고는 하나 언제 또 확산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단 면역력을 믿고 일상적 생활에 그리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스웨덴 방식이 더 나은 건지는 두고 보아야 알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에서도 3월 중순부터 사회적 격리가 시작되었다. 그러고 한 달이 넘었는데 그게 언제쯤 해제되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매일 가던 헬스클럽도 문을 닫고, 영어 공부하러 가던 컴뮤니티 칼리지도 문을 닫고, 가끔 바람 쐬러 가던 공원과 해변도 출입 금지령이 내렸다. 식당, 영화관, 미장원 등 사람이 모이거나 접촉이 잦은 영업소도 문을 닫았다. 필수 업체라는 약국, 병원, 식품점 등은 문을 열었지만,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사회적 분위기 탓에 마음이 심란하니 책을 들어도 눈에 들어오고, 영화 감상도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다. 하루에 너덧 둘레 길을 걸으며 봄기운을 느끼려 해도 시절이 하 수상하니 아름답게 핀 꽃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보내려 해도 남는 시간은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성경 요약본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구약 46, 신약 27, 모두 73권의 각 권을 한 페이지씩으로 요약하면 성경을  읽기 전에 길잡이로 삼을 있을 테고, 성경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각 페이지에 실을 영문 자료를 참고해서 실을 내용부터 구상해 보았다. 저자와 집필 시기, 한 줄로 요약한 성경 내용, 성경이 다루는 연대, 배경, 기억할 구절, 요약된 내용 등을 싣기로 했다.

 

한글 자료 가지(성경 포함) 영문 자료 가지를 참고해서 서로 대조해 가면서 틀에 맞추어 중복된 내용은 자르고 내용은 요약하며 작업을 시작해 보니 작업에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끝까지 마칠 자신이 없어졌다. 약한 내 의지를 자책하다가 몽골군이 침입했을 국난 극복을 위해 팔만대장경을 새겼다는 스님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극복을 위해 정도는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흔들릴지도 모를 내 의지를 다잡기 위해 매일 성경의 권을 정리해서 아침마다 성당의 우리 구역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 중단하고 싶어도 그들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억지로라도 해야 하니까. 그리고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것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작업도 시간이 흘러 그럭저럭 마치게 되었다. 전문가들이 애써 글을 멋대로 자르고, 줄여서 죄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성된 요약본을 보니 흐뭇하다. 남아 돌아가는 시간을 이렇게 알차게 활용한 내가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원저자들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이런 일을 저질러서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영문 자료의 경우 미리 허락받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책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주위의 신자들과 공부하려고 만든 거니 그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니 불청객인 코로나바이러스도 곧 물러갈 같은 생각이 든다.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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