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바빌론 강가에서

삼척감자 2022. 9. 4. 03:50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 찬양, 찬미, 탄원, 감사 등이 표현된 수많은 시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인데 가끔 악의 세력에 저항하기 위한 저주가 표현된 시를 대하면 마치 못 볼 걸 본 것처럼 언짢다. 시편 1377~9절도 일종의 저주 시편인데 9절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 읽으며 마음이 불편했다. 끔찍한 악행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도 그런데 그걸 저지르는 이에게 행복을 빌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대목에 대한 해설을 찾아서 읽어보니 대체로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      이처럼 잔인하고 가혹한 일을 저지른 이는 유대인들을 노예로 끌고 갔으며, 아이들을 살해했으며, 예루살렘을 파괴한 바빌론을 이른다.

-      죄 없는 어린이들의 학살은 고대 전쟁에서는 관행이었을지 몰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잔인한 행위이다.

-      ‘행복하여라’는 반어법으로서 복을 빌어주는 게 아니라 적이 멸망하여 정의가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복수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시편 137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이 구절을 읽으며 일제 치하에서 징용, 징병 또는 위안부 등으로 끌려가 타국에서 사실상의 노예 생활을 하던 우리 동포들이 바빌론에서 노예 생활을 하며 바빌론의 압제에 시달리던 유대인들의 처지보다 결코 나은 게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일본을 한국의 식민지로 만들 수는 없으니 어서 우리가 그들보다 잘 살아서 경제적으로 확실하게 복수를 해야 할 텐데, 아마도 내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 듯도 싶다.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었네./    

우리를 포로로 잡아간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압제자들이 흥을 돋우라 하는구나. ", 시온의 노래를 한 가락 우리에게 불러 보아라."/우리 어찌 주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 수 있으랴?/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리리라./내가 만일 너를 생각 않는다면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 버리리라./주님, 에돔의 자손들을 거슬러 예루살렘의 그날을 생각하소서. 저들은 말하였습니다. “허물어라, 허물어라, 그 밑바닥까지!”/바빌론아, 너 파괴자야! 행복하여라, 네가 우리에게 행한 대로 너에게 되갚는 이!/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

 

Boney MRivers of Babylon(바빌론 강가에서)라는 노래는 흥겨운 디스코 리듬을 탄 신나는 곡으로 70~80년대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올드 팝송이다.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라 음악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도 모르고 그저 흥겨운 노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경의 시편 137편을 재구성한 가사에 유대인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슬픈 노래였다. 아니 이렇게 슬픈 노래를 그렇게 신나는 곡조로 작곡하다니

 

이 노래를 아무것도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게 마음에 걸려서 성경 통독할 때마다 시편 137편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으며 숨은 의미를 캐내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번에는 영문 성경도 두어 가지 참고하고, 영문과 한국어 해설도 몇 가지 구해서 읽고, 보니 엠의 노래도 몇 번 들으며 제대로 공부하려고 애썼지만, 워낙 성경과 역사에 관한 지식 그리고 믿음이 부족한 탓에 아직도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어떠한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지혜 9, 13)라는 말씀으로써 위안을 삼고자 한다.

 

(2022년 6월 26일)

 

Boney M. - Rivers of Babylon - Bing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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