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생활

아버지가 고래로 환생했을까

삼척감자 2022. 9. 5. 02:06

인간이 죽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리스도교(가톨릭, 개신교 및 여러 정교회)에서는 “사람이 죽고  나면 살아 있을 때의 행실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 또는 연옥으로 가지만, 이런 영적인 세계에 계속 머무는 건 아니다. 마지막 때가 되면 다시 이 세상으로 부활하여 재림 예수 그리스도에게 최후의 심판을 받고 구원받은 자들은 새롭게 달라지고 악한 것들이 제거된 이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지옥으로 다시 가서 영원히 머물게 된다.고 ‘믿을 교리’로 신자들에게 가르친다. 나는 믿음이 확고하지 못하여 때로는 사람이 죽고 나면 육신과 영혼이 함께 소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환생이란, 육체는 소멸하지만영혼은 불멸하며, 죽은 후 영혼이 다시 새로운 인간(혹은 다른 생명체)으로 태어난다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 힌두교불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고대의 그리스 철학이나 영지주의 등 서양에도 존재했던 사상이다. 불교 등 인도 계통의 종교에서 환생은 윤회라고도 한다. 반면 그리스도교에서는 환생이나 윤회를 부정한다. 나는 환생을 믿지는 않지만, 진리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기에 다양한 사상이나 종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다른 이들이 믿는 종교를 존중하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 컴퓨터의 배경화면으로는 깊은 바다에서 유유히 노니는 거대한 통나무 같은 고래 한 마리가 떴다. 아침마다 바뀌는 바탕화면에 뜨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 게 매일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되었는데 오늘 바탕화면을 보고는 윤회를 생각했다. 물이 아니라 술로 가득 찬 바다에서 환희에 차서 포효하는 술고래로 환생한 아버지를 상상했다. 종일 컴퓨터 바탕 화면의 고래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열아홉 살일 적에 마흔아홉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소문난 술꾼이었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 되었다(一斗合自然)’라고 읊은 주선 이백(酒仙 李白)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아버지는 내가 직접 본 술꾼 중에서는 주량이 가장 엄청난 사람이었다. 아버지 말고는 어디에서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소주든 막걸리든 가리지 않고 들이붓는 술꾼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고래를 보고 환생한 아버지를 떠올린 것도 무리가 아닐 거로 생각한다.

 

우리 집 주위에는 촉새, 참새, 상모솔새, 딱따구리, 뻐꾸기, 개똥지빠귀, 흉내 내기 새(Thrasher), 멧비둘기, 찌르레기, 홍관조, 큰 어치, 까마귀, 거위, 독수리 등의 날짐승과 사슴, 줄무늬 다람쥐, 청설모, 길고양이 등과 같은 길짐승이 흔히 눈에 띈다. 본디 그들의 것이었을 주거지에 인간이 침입해서 함께 살게 되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 그들의 생활 방식을 지켜주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않고 늘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며 지낸다. 몇 년 동안 늘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가까이 다가오지 않더라도 그들을 보면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본성을 느낄 수 있다. 생기발랄한 소년과 소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미남과 미녀, 심술궂어 보이는 아저씨, 성깔깨나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 건방 떠는 고위 공직자, 수줍음을 타는 아가씨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보며 어쩌면 윤회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가톨릭에서 말하는 교리와는 다르기는 하지만, 전지전능하시다는 하느님이 마음만 먹으면 윤회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사후 세계를 체험한 사람이 돌아와서 얘기한 걸 들어 본 적이 없으니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를 의심하지 않고 믿는 수밖에 없다.

 

나처럼 이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을 위해 공자님이 제자 계로가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라고 묻자, “사는 것도 알지 못하는데 죽은 뒤를 어떻게 알겠는가?”(未知生焉知死)라고 답했나 보다. 그 말은 바로 사후 세계에 신경 쓸 시간에 현실에 눈을 돌리라.”는 말씀이렷다.

 

(202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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