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성당의 음향 설비 수리를 위해 M 씨(익명)가 평일에 성당에 자주 들렀다. 올 때마다 혼자서 텅 빈 성당에서 작업을 마친 후 사무실에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아니면 말없이 사라지곤 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늘 무표정한 그는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와 제대로 된 대화란 걸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신자 수에 비해 내부 공간이 커서인지 성당의 음향 설비는 늘 말썽을 부렸다. 부분적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갑자기 이상 고음이 발생하는 등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서였는지 작업하러 올 때마다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언젠가 성당 앞에 차를 세워둔 채 쉬고 있는 그에게 어쩌다 음향 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그냥 취미 삼아 하던 일이 생업이 돼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