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이라는 용어가 위키백과 사전에 표제어 Naeronambul로 등재된 걸 보니 이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듯하다. 이 사전에서는 이 용어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내로남불이라는 한국말은 ‘이중 잣대’를 가리키는 건데,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을 줄인 것으로서 주로 정치적으로 상대편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 이 용어는 나와 상대방을 이중 기준으로 비판히는데 사용된다. 여기서 로맨스란 지극히 정상적이고 개인적인 남녀관계로 생각되고, 불륜이란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은밀한 관계를 갖는 걸 비난하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도덕적 기준을 낮게 잡아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도덕적 기준을 높게 잡아 엄격하게 비판하는 걸 이른다. 이와 같은 표현은 80년대 초반부터 잡지, 소설, 드라마 등에 등장하며 정치권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제는 모든 국민이 널리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중 잣대란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으로서 예수님도 아래와 같은 성경 구절을 통해 사실상 내로남불을 비난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마태 7, 1~5)
저녁 산책길에서 이웃집 할머니 앤지(Angie)를 만났다. 80대의 좀 바지런한 힐머니인데 불 때마다 빗자루로 집앞에 깔린 나뭇잎을 쓸어내거나 화단의 꽃을 돌보거나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성거리고 있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스티브, 스캇(Scott)이 몹시 아픈 거 알아”
스캇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이웃 영감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집 앞 벤치에서 줄담배를 피우더니 건강이 악화하여 가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하는데 요즘은 늘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서인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폐암 증상이 심하다던데요.”
“산소호흡기를 끼어야 한다나 봐. 내가 여러 차례 그에게 말했어. 당신, 담배 끊지 않으면 병으로 고생하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해도 말을 듣지 않더니만 결국 저 지경이 되어 버렸잖아. 증상이 악화하니 마지못헤 끊었지만, 이미 늦었지, 뭐야.”
내가 산책하는 내내 내 느린 발걸음에 맞춰서 함께 천천히 걸으며, 스캇의 병세와 신장 투석을 받는다는 잭(Jack) 얘기를 하다가 우리 집 앞에서 헤어졌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자신이 골초라는 걸 잊고 사는 걸까? 그러길래 남이 담배 피우는 걸 그렇게 흉보는 거겠지. 집 앞에서 할머니를 만날 때마다 거의 언제나 뿜어내는 담배 연기 냄새가 심했는데, 왜 자신은 담배를 끊을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이의 의지가 약함을 흉보는 걸까?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들먹이며 남을 비판하는 정치인이 알고 보니 자신도 같은 잘못을 줄곤 저질러 왔더라는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내로남불을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다음과 같은 무명씨의 시조가 생긱난다. 말로써 말 많은 세상, 나부터 말을 아껴야 세상이 평화롭지.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2013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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