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며칠 후 체육관에 갔더니 오랜만에 만난 마이크(Michael) 영감이 반겨준다. 나보다 열 살 정도는 많아 보이는데, 나이 차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여느 미국 영감들처럼 나를 늘 ‘Steve, my friend’라 부른다. 친근하게 대해주니 기분은 좋은데 영감님의 귀가 지독하게 나빠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때로는 괴롭다.
그: “오랜만이야. 무슨 일이 있었어?”
나: “캐나다 여행 갔다 오느라고 열흘 정도 체육관에 못 나왔어요.”
그: “뭐라고? 넘어졌다고?”
그는 보청기를 낀 귀를 아예 내 입에 바짝 갖다 대고 들으려고 애쓴다.
나: “아니요. 여행 다녀왔다고요?”
그: “다친 데는 없다고?”
나: “여행 다녀왔다니까요.”
그: “병원에는 가 봤어?”
나: “아니요, 다친 게 아니라니까요.”
이렇게 동문서답이 되풀이 되면 대화는 포기하고 눈치껏 내빼는 게 피차 덜 괴롭다. 그래서 그 늙은 친구가 한눈파는 사이에 얼른 다른 운동 기계로 옮겼다.
나이 들어 가니 청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나이 80이 넘으면 절반 이상의 노인이 청력 저하로 문제를 겪는다고 하니 그게 남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난청으로 고생한 나는 일찍부터 보청기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았고, 직접 착용도 해 보았지만, 몇천 달러짜리 고급 보청기를 사용하는 분들도 그게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 한다. 나도 그걸 끼면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시끄러워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나처럼 일찍부터 청력에 문제가 있던 사람은 눈치껏 알아듣는 재주도 있고, 못 알아들어도 어색하지 않게 알아들은 척하는 시늉이라도 하니 주위 사람을 덜 피곤하게 하는 방법을 알지만, 나이 들어서 청력이 떨어진 분들을 보면 눈치 없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되묻거나, 엉뚱한 소리를 해서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 잦은 것 같다. 그래도 다들 나이가 들어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될 테니 너그럽게 받아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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