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인 강원도 시골에서 보내던 여름밤이 떠오른다. 휴전 직후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기에, 등잔이나 남포등(Lamp)으로 어둠을 밝히던 밤은 늘 캄캄했다. 대나무 살에 한지를 붙인 부채로 더위를 쫓기란 역부족이어서, 차라리 땀을 흘리며 어쩌다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마당의 평상에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이 보였다. 누나의 선창에 따라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까무룩 잠에 빠져들곤 했다. 어린 시절에는 하늘의 별 수가 몇 개인지 감히 헤아려 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곤 했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우주의 별과 행성의 수를 “수천억 개”, “해변의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많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수치를 넘어, 인류가 상상하기 어려운 우주의 광대함을 느끼게 한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을 읽을 때면 그 시절의 밤하늘이 한결 가까워진다. 사랑의 설렘으로 가득 찬 목동의 눈에 비친 별은 우주의 신비라기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소망과 순수함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다. 도데의 별은 인간의 감정을 품어 주는 듯 다정하고 따뜻하다.
반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나를 우주의 끝까지 데려간다. 별은 핵융합으로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내는 거대한 천체이며, 그 별의 먼지로 우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세이건의 별은 인간을 압도하는 장엄함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우리 존재의 귀함을 일깨운다.
도데의 별과 세이건의 별은 서로 다르다. 하나는 낭만과 사랑의 언어로, 다른 하나는 과학과 사유의 언어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두 별빛이 내 마음에 남기는 울림은 같다. 나는 작디작은 존재이지만, 별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은 더욱 빛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1980년에 처음 출간된 과학서로, 우주론에서부터 인류의 발견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 책에서 자주 강조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인간은 참으로 작은 존재다”라는 점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극히 미미한 존재이며, 우주의 실제 크기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자칫 빠질 수 있는 자만에서 벗어나 겸손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작지만 결코 무의미한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과 우주의 크기를 비교할 때 느낄 수 있는 압도감을 덜어 주는 위로가 된다.
나는 『코스모스』를 읽기 시작하며 우주의 신비에 감탄하기도 전에, 저자의 깊은 지식과 뛰어난 문장력에 먼저 압도되었다. 그는 천문학자였지만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철학·문학·신화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깊은 교양으로 독자에게 다가선다. 그의 문장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 동시에 강한 지적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읽다 보면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에서는 우주의 탄생과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을 가진 생명으로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등 폭넓은 주제를 수백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와 함께 흥미롭게 설명한다.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인 그는 난해한 개념을 명쾌하게 풀어내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또한 그는 에라토스테네스, 데모크리토스, 히파티아,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다윈 등 과학의 탐험가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과학이 이루어낸 성과와 가능성을 알기 쉽게 전한다. 나아가 과학의 발전을 심오한 철학적 사유와 연결 지어, 코스모스를 탐구해 온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장대한 문명사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한다.
그가 이끄는 대로 우주를 살펴보면,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는 우주 전체를 관찰할 수는 없지만, 태양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금성은 너무 덥고 화성은 너무 춥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행성 지구는 작지만 참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인류가 아는 유일한 삶의 보금자리다. 환경 오염이나 무분별한 벌목 같은 행위로 지구를 파괴해 금성이나 화성처럼 만들지 않도록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2025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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