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외손자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다. 썩 잘 그린 카드라서 놀랐고, 그런 멋진 카드를 만들게 한 작은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큰딸네 아들과 두 딸은 영상 통화로 “Happy Birthday, 할아버지!”라고 축하 인사를 한 다음에 한두 마디 안부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화면에서 사라지는 게 강제 동원된 기색이 역력했다. 어릴 적에는 어쩌다 방문하면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하던 외손녀와 외손자는 대개 여섯 살 전후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외계인 보듯 하기 시작했다. 두 딸의 가족 모두 우리와 멀리 떨어져 살아서 몇 년에 한 번 정도 보게 되고 보이지 않는 언어 장벽도 있으니,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렇게 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의 정기 모임이 이번에는 마침 내 생일 다음 날에 있었다. 모두 나이가 들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인데 그중 한 부부는 두 살짜리 증손녀를 두었다. 내가 생일에 외손들과 화상 통화한 얘기를 했더니, 손자와 손녀들이 여섯 살이 아니고 네 살 무렵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아도 반가워하지 않더라는 분도 있었고, 두 살짜리 증손녀가 벌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며 서운해하는 분도 있었다.
오늘 멀리서 작은 외손자가 그린 축하 카드(아래)를 받으니 행복했다. ‘외할아버지의 책을 너무 잘 읽었어요.”라는 구절을 읽고 참 기뻤다. 작년에 내 글 중에서 일부를 골라서 영문으로 번역한 책을 두 권 보내 준 보람을 뒤늦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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