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마시는 입맛이 달라졌는지 즐기는 주종이 와인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주량이 많이 줄고, 마시는 횟수도 줄었다.
고급술을 마시면 좋겠지만, 연금 생활자 처지에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입맛이 예민하지 않아 눈 감고 마시면 비싼 술과 싼 술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싼 술을 일부러 찾아서 사 마신다.
지난 주일 성당 미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작년에 문을 열었다는 대형 술 가게를 찾았다.
엄청나게 많은 술을 모두 살 수는 없으니,
싼 와인을 몇 병 사고 비싼 술과 한국 술 구경이나 좀 하려고 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니 엄청나게 많은 술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지만,
맨 앞 진열대에 쌓인 와인의 가격표를 보니 반가웠다.
제일 앞줄에 Under $3.00, 그다음 줄에 Under $4.00, Under $5.00…….가격 순서대로 놓여 있었다.
가격이 싼 순서대로 두어 병씩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당분간 양식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집에 오자마자 한 병을 따서 마셔보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가게 이름은 Total Wine, 동네는 New Jersey의 Eatontown이다.
좀 멀더라도 술 사러 오실 분에게는 기꺼이 주소를 알려 드리겠지만,
한국에서 일부러 오기에는 좀 멀기는 하겠다.
그러느니 비행기 요금으로 그냥 비싼 술 사서 드셔.
집에 와서 생각하니 한국 소주 구경도, $2,500짜리 위스키 구경도 잊었네.
싼 와인 여남은 병에 그만 눈이 뒤집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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