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삼인성호

삼척감자 2024. 5. 10. 22:06

고등학교 2학년 반이었던 J 단톡방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충북 음성 촌놈인 그는 어렸을 키가 껑충하게 크고, 얼굴을 찌푸리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경찰서장 출신에, 박사학위 소지자, 그리고 대학교 교수까지. 정도면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힐 만하다. 그런 그가 평범하게 살아온, 강원도 삼척 촌놈인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번인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자네가 기억나지 않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목사라던데 사실인가?”라기에목사 친구를 사실이지만, 나는 가톨릭 신자다.”라는 말로 답했지만, 어쩌다 나를 유명한 목사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까? 그래도 누군가가 나를 다른 직업도 아닌 목사로 잘못 알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내 인상이 착해 보인다는 거로 내 멋대로 생각했지만, ‘안 착한내가 그리 보인다면 얼굴로 사기를 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던 분이 함께 식사하던 자리에서 내가 Y 출신인 알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S 나오지 않았어요? 나는 물론 여러 사람이 그렇게 알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굳이 어느 대학 출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지 않는다. 그게 먹고 사는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가까이 지낸 사이라도 상대방의 출신 대학이 어디인지 대개 모르고 지낸다. 나도 그렇게 지내는데 느닷없이 S 출신으로 오해받고서 어리둥절했다. 혹시 내가 잘 난 체하는 버릇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러길래 무지 똑똑한 사람들만 입학할 수 있다는 S대 출신으로 지레 단정했겠지.

 

며칠 전에 아무개 씨가 전화로 내가 H씨와 언쟁했는지 물었다. 나는 그와 대화라는 하는 사이도 아닐뿐더러, 그를 오랫동안 적도 없다고 대답했지만, 기가 막혔다. 얘기를 들어보니 서로에게 상관이 없는 일을 이리저리 엮어서 지레짐작으로 그렇게 몰아가는 듯해서 언짢았다. 이래서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이 아닌 일을 강하게 부정하지 않으면 인정한 걸로 오해받을 있고, 터무니없는 말도 두세 사람을 거치면 사실인 굳어 버릴 있다는 새삼 느꼈다.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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