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

삼척감자 2024. 4. 29. 05:20

며칠 전에 만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밤중에 자주 쥐가 나는 다리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물리치료사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다가 한마디 던졌다. “I used to be a good boy. Now I am a good old man.”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지낸 지나간 시절이 후회스러웠다. 고분고분 어른 말을 잘 듣는 게 모범생이라고 생각해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치를 보며 당당하게 내 의견을 표현하지 못 하고 다소곳이 듣기만 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모범생이라는 단어는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융통성이 없고, 잘난 체하고, 깐깐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모범생을 지칭할 때는 범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영어로는 모범생을 가리킬 때 대개 ‘a good(great) student’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하지만, ‘a nerd’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Nerd에는 모범생이라는 의미 외에 괴짜. 얼간이 샌님 등의 의미도 있다.

 

얼마 전, 큰딸과 통화하며 어쩌다 모범생의 장단점에 관해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큰딸 얘기는 모범생은 학교생활은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난관을 만나면 그걸 돌파하기보다는 쉬운 길로 돌아가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에 크게 성공하기는 어렵더라는 말을 했다. 큰딸은 명문 대학 출신인 모범생이지만, 난관을 만나면 깨어질 것 같아도 일단 부딪쳐 보는 성격이라, 나는 큰딸의 기질이 나와 다른 걸 다행으로 여긴다.

 

요즘 여행 관련 유튜브를 즐겨 본다. 그중에서도 단순한 관광 안내가 아니라 배낭을 메고 걷거나 자신이 직접 개조한 레크리에이션 자동차를 몰고 몇 년 동안이나 세계 곳곳을 누비는 유튜버들의 영상물을 즐겨본다. 특히, 고산 지대나 사막 지대 등 험지를 탐사하는 영상은 내게 큰 감동을 준다. 극히 일부의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많이 올려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지만, 대부분은 제작비와 여행 경비에 못 미치는 수입만 올릴 수 있다고 하니 그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좋아서 기꺼이 고생길에 들어선 거로 보인다.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돌발적인 상황에 재빨리 적응하는 순발력도 뛰어나고, 몇 마디 현지 언어와 바디 랭기지로 어렵지 않게 소통하는 능력도 놀랍다. 그들은 영어는 기본적으로 구사하는데,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젊은이도 있지만, 대개는 엉터리 영어로 머뭇거리지 않으며 별문제 없이 소통하는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고 미국인들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는 내가 부끄럽다.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 멋지다. 놀랍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며 내가 가보지 못했고,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길을 가는 그들이 부럽다. 비록 장기간 여행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올리지 하더라도 견문을 넓힘으로써 앞으로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니 그들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도전 정신이 강한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한국 사회는 이미 모범생이 넘치도록 많고,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대량 생산하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 괴짜 젊은이들처럼 살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태어날 일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다시 태어 난다고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또다시 모범생으로 지내려고 애쓸 것만 같다.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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