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아주 센 놈이 찾아왔다.
환상통이라는 놈 말이다.
어쩌다 찾아오는 그놈은 꼭 내가 잠자리에 들 무렵부터 아는 체하기 시작해서
밤새도록 들볶는다. 수시로 바늘로 다리 절단 부위를 집중적으로
찔러대는 것 같으니 잠을 잘 수도 없다. 가끔 견딜 수 없어서 신음을 내기도 한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별의별 진통제를 먹어 봐도 효과가 없다.
통증 전문의, 내과의사의 처방전도 소용이 없다.
그래도 물러갈 때를 알아서 소리 없이 사라지니 고맙다.
찾아올 때마다 반갑지는 않지만, 덕분에 밀린 독서도 하고
모아둔 영화도 골라 보기도 하니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날도 밝았으니 그만 물러가고 제발 이제는 그만 찾아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