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화재 소식을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작은딸이 사는 지역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서 그저 남의 일이거니 생각해서 강 건너 불구경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저께 새벽에 화재 소식을 들으니 그 불이 번졌다는 곳의 이름이 귀에 익었다. 딸네 집 옆 동네였다. 그래서 화재가 번진 곳의 지도를 찾아보니 화재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불타고 있는 동네 근처에는 강제 대피령이 내렸고 길 건너에 있는 딸네 동네는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경고령이 내렸다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서 작은딸에게 바로 전화했더니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짐 싸느라 매우 바쁘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얼마 후에 받은 카톡을 보니 아들 친구 집에 와 있는데 손님용 별채가 따로 있어서 당분간 머물기에 편안하고, 아들도 친구와 어울려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저녁에 작은딸에게 전화했더니 목소리가 차분해서 별로 걱정할 게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허둥대는 아비를 다행히 닮지 않아서 작은 딸의 목소리는 늘 평온하다. 화재 현장에서 집은 제법 떨어져 있는 데다가, 바람이 인가가 없는 산꼭대기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하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LA 화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규모도 엄청나서 소방관이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적다니 다행스럽다. 그런데 TV에 나와 인터뷰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생각 외로 차분한 게 참 인상적이다. 대개는 “오랜 세월 추억이 깃든 집이 사라져서 슬프다.”라고 말한다.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y I hug you? (0) | 2025.01.16 |
---|---|
LA 화재를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의 태도에 관한 내 질문에 대한 인공지능의 답변 (0) | 2025.01.11 |
미국 입국 기념일 아침에 (4) | 2024.12.10 |
왜 새는 차에 똥을 쌀까? (3) | 2024.11.28 |
리타네 집 (2)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