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May I hug you?

삼척감자 2025. 1. 16. 20:46
지난해 마지막 날 체육관에서 마리사(Marisa)를 만나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주고받고 나자, 그녀가 불쑥 물었다.
“May I hug you(안아 봐도 돼요)?”
나보다 훨씬 젊은 여성이 그렇게 묻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클러치 두 개에 의지해서 선 몸을 앞으로 기울였더니 그녀가 힘차게 안으며 다시 한번 “Happy New Year!”라고 하는데 참 마음이 따스해졌다.
“구부러지는 두 팔만 있다면,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지만, 나처럼 두 개의 클러치를 짚어야만 설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영어로 hug(포옹)라고 하면 가볍게 껴안는 걸 의미하며 신체적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이다.
서양권에선 동성 간이나 이성 간에 상관없이 매우 흔하게 가볍게 끌어안으며 인사를 한다. 동양권에서는 가족이나 애인 사이가 아닌 이상 어지간히 친한 사람도 잘 하지 않다 보니 서양인과 포옹할 때 서로 가슴이 닿지 않게 팔만 뻗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포옹하는 실수를 하기 쉬운데 오히려 제대로 안지 않는 그런 게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성적인 데다가 클러치를 짚고 지내는 나 같은 사람은 오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새해가 되고 며칠 후에 체육관 복도에서 마리사를 다시 만났더니 이번에는 묻지도 않고 덥석 안으며 “Happy New Year!”라고 인사를 했다. 상고머리에 늘 남성적인 복장을 하고 남자처럼 말하기에 분명히 동성애자로 짐작되는 그녀도 이번에는 예뻐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