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7일 오전 10시 40분, 나는 길가에 주차한 내 차의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강한 충격에 쓰러져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어떤 남자아이가 차를 몰다가 갑자기 핸들을 꺾는 바람에 내 차 뒤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 차량은 연로한 미국인 수녀님의 낡은 차였는데, 다행히 그 안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수녀님의 차에 밀린 내 차가 길 건너편으로 튕겨 나가며 지나가던 남미 출신의 노인을 쳤고, 그분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말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도 불법 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그랬을 것이다.
그 사고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후 소식은 알지 못한다. 수녀님의 차와 내 차 사이에 끼인 나는 다리를 하나 절단당했고, 두 달 후에야 의식을 회복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벌써 20년이다. 나는 가끔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아마도 수녀님의 차에 깃든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고.
그날의 사고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얼굴조차 모르는 가해자, 수녀님, 이름 모를 노인—모두가 지금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여 평온한 삶을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쩌면 나이 드신 두 분은 지금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의식을 되찾은 후에도 극도로 나빠진 몸 상태를 느끼며 나는 매일 아침 간절히 기도했다. 단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나는 참으로 복된 사람이다.
지난 20년 동안 내가 맞이한 아침은 매일이 ‘참 좋은 아침’이었고,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하느님의 선물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제2의 삶을 허락하신 주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 장애인이 된 나를 20년 동안 헌신적으로 돌보아 준 가족들—아내, 딸들, 그리고 사위들—에게 주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
병상까지 찾아와주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도와주신 수많은 은인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평화가 늘 그분들과 함께하시기를 빈다. 그분들을 통해 주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앞으로 20년 후, 내가 살아서 이런 글을 다시 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 좋은 아침’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2025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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