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삶의 한계를 초월한 영웅,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의 이야기

삼척감자 2025. 7. 15. 09:34

영화 슈퍼맨 시리즈의 주연 배우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브는 1985, 안나 카레니나 촬영을 위해 처음 승마를 시작했다. 그러나 1995 5, 승마 경기 도중 말이 장애물 앞에서 멈추면서 그는 낙마했고, 경추 두 곳이 골절되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목 아래로 감각을 잃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의식을 회복한 리브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다.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은 끝났다고 절규한 그는 더 이상 삶을 축복으로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죽음이 책임감 있는 선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차라리 날 떠나게 해주는 게 나을지도 몰라라고 말했을 때, 그의 아내 다나는 눈물로 답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그리고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존재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는 선언이었다. 이후 그는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고 말하며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그는 안락사를 택하는 대신 생명 유지를 위한 수술을 받았다. 고통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선택한 것이다. 뉴저지주의 케슬러 재활 센터에서 6개월간 그는 휠체어 조작법부터 근육 자극 훈련까지 전념하며 재활에 임했다. 2000년부터는 손끝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인공호흡기 없이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슈퍼맨이라는 가상의 영웅이 아니라, 현실에서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버텨낸 참된 인간이었다. 그는작은 자극에도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선물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해방감을 준다고 말하며 슬픔 너머의 세계를 열어 보였다. 자서전 Still Me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사고가 왜 일어나는지 누가 알겠는가. 중요한 건 그 이후에 무엇을 하느냐이다.”

 

2004, 그는 심장마비로 52세의 생을 마감했고, 아내 다나도 2년 뒤 폐암으로 그를 따라갔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전신마비 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고, 스릴러 영화의 주연도 맡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장애를 넘어선 삶의 가능성을 증명한 선언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심연에서 다시 빛을 끌어올리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이다. 절망은 끝이 아니며, 사랑은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우리에게 말한다.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 새로운 의미가 피어난다고.

 

다음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유명한 명언들이다:

• “당신은 얕은 수영장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바다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 “포기하지 마세요. 희망을 잃지 마세요. 자신을 팔지 마세요.”
• “영웅이란 약점과 의심, 정답을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가 결국 극복해내는 사람입니다.”
• “우리의 많은 꿈들은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고, 그다음에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지를 다지면 곧 필연이 됩니다.”
• “한 번 희망을 선택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
• “영웅이란 압도적인 장애물 속에서도 인내하고 버틸 힘을 찾아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올해 6월말로 내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고 장애인이 된 지 꼭 20년이 되었다. 그보다 얼마 전부터, 큰딸의 요청으로 집에 보관된 사진 중에서 몇 장씩 골라서 가족 단톡방에 올리기 시작했다. 딸들의 유년기부터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사진을 보며 처음에는 참 행복했다. 아빠보다 더 똑똑하고 엄마보다 더 예쁜 딸들을 우리 부부에게 허락하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쯤 지나니 사진을 고르고 올리면서 까닭 모를 우울감이 밀려왔다.

 

   딸들과 함께 지내며 행복했던 시절은 어느덧 지나가 버렸고, 멀리 떨어져 사는 그들의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현실이 속상하게 느껴졌다.

   사진 속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의 젊은 모습이 지금의 노년 모습과 대비되니 슬펐다.

   장애인으로 지낸 지난 20년이 서럽게 느껴졌고, 신체의 불편함으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는 삶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크리스토퍼 리브에 관한 자료를 접하고, 그 이야기를 정리하고 요약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들, 혹시 내가 호강에 겨워서 하는 짓은 아닐까?

 

앞으로 내 장애로 인해 우울한 감정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씩 정독하려 한다.

 

(202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