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통사고로 절단당한 왼쪽 다리에 의족을 끼고 두 개의 클러치를 짚고 지낸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간다. 가끔 절단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끼면 의족 안에 끼는 라이너를 빼어 바람을 쐬어 주고 위치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운동 중이거나 미사 중일 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런 내 모습에 익숙한 성당 교우들은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지만, 의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색해하거나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대개 약간의 공포심을 드러내며 내 의족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체육관에서 만난 어떤 이는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며 “당신 참 대단한 사람이야(You are a hero)”라고 말하기도 했다.
호기심 많은 어떤 이는 의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쩌다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는지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도록 자세히, 무심한 표정으로 답변해주려고 애쓸 뿐, 그리 언짢아하지 않는다.
어저께 체육관에서 만난 수다스러운 어떤 아주머니는 내가 빼놓은 의족을 보더니 참 재미 있어하며 그걸 다시 끼고 걷는 걸 보고 싶어했다. 나도 그 여성의 주책떠는 게 재미있어서 다시 의족을 끼고 우아하게 걷는 걸 보여 주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대개는 의족을 착용한 사람을 존중하고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걸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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