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콘도미니움 주민들이 모여 동네 파티를 열었다. 해마다 여름철 하루를 정해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접이식 식탁과 의자를 마련해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 간의 친목 모임이다.
나는 이곳에 이사 온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55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콘도라서 참석자 대부분은 60대 후반을 넘어선 노인들이었다. 얼핏 둘러봐도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준비된 술상 주위에 모여 남자들이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나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괜스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7년을 살아왔으니 얼굴은 다 익숙했지만 이름을 모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주민 대부분은 내가 클러치를 두 개 짚고 단지를 느릿느릿 걷는 ‘중국인 노인’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힘주어 말했지만, 그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였다. 아시아인을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 정도로 단순하게 분류하는 사고방식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지리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아니, 무지하다. 무슨 일이든 미국이 최고라고 여기는 점은 한국인의 ‘국뽕’과도 비교할 만하다. 특히 중·장년층은 동아시아 국가의 위치를 혼동하거나, 아직도 한국이 전쟁 중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LG나 삼성 같은 기업도 그저 그런 회사 중 하나쯤으로 여기며, 한국 영화나 K-팝 같은 문화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시골에 사는 노년층이어서일까? 나는 젊은 세대일수록, 대도시 주민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으리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미국 노인들과 어울려 얘기를 나누고 공짜 술에 취한 덕분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문득, 나 역시 동남아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동남아 국가로는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이 있었다. 지도를 보며 이들 나라의 위치를 확인하다가, 나 또한 이 나라 출신들을 싸잡아 ‘동남아 사람’이라 부르거나 얕잡아 본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2025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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