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눈의 무게, 세월의 무게

삼척감자 2026. 1. 3. 22:11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는 사계절이 분명해 한국의 날씨와 닮은 곳이다. 봄에는 꽃이 제때 피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넉넉하며, 가을이면 낙엽이 길바닥을 덮는다. 계절의 모습만 놓고 보면 이곳에서의 삶은 비교적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겨울은 다르게 다가온다. 겨울은 더 이상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라,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된다. 젊은 시절에는 대수롭지 않던 찬바람이 이제는 뼛속까지 스며들고, 예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통증들이 겨울마다 제 존재를 또렷이 드러낸다. 추위는 하늘에서 내리기보다 몸속에서 먼저 시작되는 듯하다.

 

눈이 내리면 겨울은 한층 더 버거워진다. 집 주변 길과 주차장은 관리 업체가 치워 주지만, 차 위와 주변에 쌓인 눈을 털고 치우는 일은 여전히 우리 몫이다. 삽을 들고 서 있노라면, 눈의 무게와 함께 세월의 무게까지 손목과 허리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 햇볕이 넉넉한 곳에서 산다는 이들이 부러워진다. 두꺼운 외투 대신 가벼운 옷차림으로 걷고, 눈 대신 햇살을 맞으며 지낸다는 삶이 자연스레 마음속에 그려진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쉽게 옮겨 갈 수 있는 손가방 같은 것이 아니다. 익숙한 자리에 쌓인 시간과 관계, 그리고 책임이 우리를 이곳에 붙들어 둔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 남아 겨울을 견딜 수밖에 없다. 부러움은 잠시의 푸념으로 접어 두고 다시 문을 나선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이렇게 한 계절을 또 견뎌 내는 일이야말로, 나이 들어가는 우리가 하루하루 삶에 응답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고. 겨울 끝에 다시 봄이 오듯, 추운 오늘도 머지않아 따뜻한 날로 이어질 것이라 믿으면서. 먼 나라의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

 

(2026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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