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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인터넷 사랑방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여 꾸려나가는 ‘Nextdoor.com’이라는 블로그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사랑방 또는 수다방이 있다. 참여하고 처음 본 게시물은 ‘집 나간 고양이를 찾습니다,’라는 것이었는데, 고양이 사진과 특징을 적은 글이었다. 그렇고 그런 제보가 올라오더니 바로 그다음 날 고양이가 귀가했다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랑방에 올라오는 글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동네 외과 의사가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더라.-외출하다가 어디에 교통사고 난 걸 보았는데, 사고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알려 달라.-안 쓰는 가구를 거저 줄 테니 희망하는 사람은 연락 주기 바란다.-욕실을 개조하려고 하니 믿을 만한 업자를 소개해 달라.-자동차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줄 사람 없소?-..

미국 생활 2025.03.01

나는 겨울이 참 싫다

어느 여론조사업체에서 미국인 15,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관해 물었더니 절반 가까이가 겨울이 제일 싫다고 답했다. 나도 겨울이 참 싫다.  날씨가 추우면 기온이 떨어지고 내 기운도 덩달아 떨어진다. 늦은 아침,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창밖은 어둡고, 오후 네 시면 벌써 어두워서 가로등이 켜지고 게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우울해진다. 망가진 다리의 통증도 심해지고, 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잦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날씨가 추우니 몸이 불편하다거나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되니 나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다들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겨울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성당 교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가끔 전해 듣고, 한국에 있는 동창생들의 부음도..

미국 생활 2025.02.27

미국인만이 하는 15가지 관행

미국인만이 하는 15가지 관행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Dan Parker의 American Charm에서 발췌 정리 1. 고등학교 졸업 댄스 파티화려한 드레스, 턱시도, 리무진, 춤으로 가득한 무도회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통과의례와도 같은 큰 행사이다. 인근 호텔 방에서 마무리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미국 부모들은 성인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행위에는그리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2. 대학 스포츠에 열광다른 나라에서는 프로 스포츠에 큰 관심을 두지만, 미국에서는 대학 스포츠가 그에 못지않게, 때로는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드러나는 듯하다. 3. 저녁 식사로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 제공미국인들은 저녁 식사로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을 내놓는 게 실제..

미국 생활 2025.02.26

강호의 숨은 고수

전에 다니던 성당의 음향 설비 수리를 위해 M 씨(익명)가 평일에 성당에 자주 들렀다. 올 때마다 혼자서 텅 빈 성당에서 작업을 마친 후 사무실에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아니면 말없이 사라지곤 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늘 무표정한 그는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와 제대로 된 대화란 걸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신자 수에 비해 내부 공간이 커서인지 성당의 음향 설비는 늘 말썽을 부렸다. 부분적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갑자기 이상 고음이 발생하는 등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서였는지 작업하러 올 때마다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언젠가 성당 앞에 차를 세워둔 채 쉬고 있는 그에게 어쩌다 음향 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그냥 취미 삼아 하던 일이 생업이 돼버렸다.”고..

이것저것 2025.02.25

달걀값이 왜 그렇게 올랐을까?

며칠 전 동네 대형 식품점 코스트코에 들렀더니 달걀이나 우유 등의 유제품을 쌓아두고 팔던 냉장실에 달걀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난주에도 거기서 달걀을 살 수 없어서 집 근처 중국 식품점에서 12개 들이 한 판을 샀는데, 또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 그런데 거기에 달걀이 남아 있을까? 어저께 아침 지역 신문을 보니 아홉 시 삼십 분에 코스트코가 문을 열자마자 미리 기다리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단 8분 만에 달걀이 모두 팔려버렸다고 하니 달걀 부족 상태가 심각한가 보다. 달걀 가격은 미국 전역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식품점은 사재기로 인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많은 지역의 진열대가 비어 있다고 한다. 미국 전역의 달걀 가격은 공급망 붕괴,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새로운 규제(예, Free Cage..

미국 생활 2025.02.20

아내의 독일 여행 중에

작년 10월에 아내가 2주간 독일 여행을 떠났었다. 나이 들어가며 차츰 건강이 나빠진다는 큰 언니를 보러 간 여행이었는데, 텍사스주에 사는 셋째 언니도  합류하여  세 자매 상봉 모임을 가진 것이었다.  2주간이라는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운전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내가 제대로 먹고 사는지 걱정스러워서 몇 분이 연락을 해주었다. 사실은 아내가 떠나기 전에 냉장고가 넘치도록 음식을 장만해 두었었기에 끼니때마다 조리된 채 냉동실에 보관된 음식을 꺼내서 덥히기만 하면 되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운전기사가 없다는 핑계로 미사 참례도 두 번이나 빼먹을 수 있는 것도 땡땡이칠 좋은 기회가 되려니 했다. 좀 떨어진 곳에 사는 S형님은 내가 마다하는데도 주일에 길을 일부러..

가족 이야기 2025.02.16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전에 살던 동네 체육관에 운동하러 가면 지주 보던 흑인 청년은 나를 보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반가워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듬직한 체구의 백인 여자 간병인의 시중을 받으며 아주 기본적인 운동만 했다. 체육관에 처음 나올 때는 휠체어에 힘겹게 앉아있기만 했는데 1년 여가 지났어도 손을 흔드는 정도로 조금 호전되었을 뿐, 걷지 못하고 말을 못했다. 전동 휠체어에 달린 자판을 치면 컴퓨터에서 “How are you?” 정도의 간단한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건 일종의 동병상련일 것이다. 간병인을 통해 그와 통성명을 하고 몸이 불편한 정도를 서로 물어보았더니 약물 문제(마약인듯하다.)로 심장마비가 와서 그 후유증으로 전신마비가 되었다가 회복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몸이 부자유스러운데도 늘 얼..

교통사고 이후 2025.02.14

Kimchi Recipe

Recipe for making Baechu Kimchi (Korean Cabbage Kimchi) in English:Ingredients:      (1) 1 medium head of napa cabbage (배추)      (2) 1/2 radish (무), cut into matchsticks      (3) 1 & 1/2 cup sea salt (소금)  (4) 3 or 4 cloveses of garlic (마늘)      (5) 1/4 of Medium Size Onion (양파)       (6) 1/4 tablespoon minced ginger (생강)        (7) 1/4 of apple (사과)       (8) 2 tablespoons fish sauce (생선액젓)    ..

미국 생활 2025.02.11

의족을 끼고 지내보니

내가 교통사고로 절단당한 왼쪽 다리에 의족을 끼고 두 개의 클러치를 짚고 지낸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간다. 가끔 절단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끼면 의족 안에 끼는 라이너를 빼어 바람을 쐬어 주고 위치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운동 중이거나 미사 중일 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그런 내 모습에 익숙한 성당 교우들은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지만, 의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색해하거나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대개 약간의 공포심을 드러내며 내 의족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체육관에서 만난 어떤 이는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며 “당신 참 대..

교통사고 이후 2025.02.07

추위에 강한 미국인들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어서 나는 요즈음 체육관에 갈 때 위아래로 겹겹이 끼어 입고, 모자 쓰고 장갑까지 끼고 나선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체육관 입구까지 걸어가다가 만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한다. 이 추위에 민소매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노인들도 그런 차림을 한 사람이 눈에 자주 띄는 걸 보면 그들은 체지방이 두꺼워서 추위를 잘 견디는 걸까? 아무튼 추위에 그런 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는 하다.

미국 생활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