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문 쓰기

미국 신문이나 장의사 웹사이트에 게재되는 부고문(obituary)은 사망 사실을 통지하는 글로서 대개 고인의 약력을 함께 게재한다. 그 글은 장례식 일정과 장소는 물론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알려 준다. 이러한 부고문은 미국 전역에 걸쳐 1,500개 신문과 3,500개의 장의사에 게재된다.

 

‘Yours Truly’라는 책은 저명한 언론인으로서 일간 경제지인 ‘The Wall Street Journal’에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부고문을 게재해 온 James R. Hagerty가 쓴 책으로서, 그는 이 책에서  부고문을 직접 작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남기는 글을 충실하고, 정직하고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랫글은 Terri Sclichenmeyer라는 작가가 쓴 독후감입니다. 내용이 재미있기에 제(김형기)가 번역하여 올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께,

 

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니 멋지지요? ‘사랑하는 여러분’이라는 말에는 가족 이야기나 여러분이 기억하는 거북하거나, 재미있거나, 행복하거나, 끔찍한 일들을 나누기에 적합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여러분께’라고 쓰기에는 의문과, 확신과, 여러 감정이 포함되어 잠시 망설일 수 있습니다. 대체 제임스 헤거티가 쓴 책 ‘Yours Truly’에는 무슨 내용이 있을까요. 자, 펜을 들고 써 보겠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은 당신을 두고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당신이 부유하거나, 권세가 있거나, 중요한 인물이라면 , 당신은 아마도 그 점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 부고문을 써 주는 헤거티 같은 사람이라면 재빨리 인터넷을 검색한 다음 당신에 관해 멋진 글을 써 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저 그런 사람이라면, 슬픔에 잠긴 가족이나 친지 중 한 분이 서둘러 부고문을 쓸 겁니다. 그런데 그게 읽기에 지겨울 거라는 건 인정할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부고문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헤거티는 부고문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부고문을 정해진 틀에 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거기에 유머를 담을 수도 있는데, 그걸 지금 직접 쓸 수 있습니다.

우선 자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세요.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려고 했나요? 왜 그걸 추구했나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지요?

 

이런 걸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헤거티는 하루에 15분 정도라도 시간을 조금 내어 보라고 말합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적을 공책을 준비하여 그걸 간단히 메모하세요.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면, 그걸 말하며 녹음해 두세요. 그러나 한꺼번에 다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러지 않으면 지쳐서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생년월일과, 형제자매의 이름을 빠뜨리지 말고,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는지, 당신의 취미생활은 어떤 거였는지, 배우자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군 복무는 어떻게 했는지, 하기 싫었던 일은 어떤 것이었는지, 살아오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세요. 자세히 말하되 과장하지는 마세요. 깊이 생각하세요. 마지막으로 용기 있게 부끄러운 이야기도 포함하세요. 헤거티는 “모든 일이 계획했던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걸 인정하세요.”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독자에게는‘Yours Truly’가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기는 일종의 입문서가 될 것이니, 좋은 책입니다. 그게 이 책을 쓴 의도이기도 하지요. 당신이 이야기를 간직하고 당신 자신의 부고를 쓰는 방법을 배우는 동안 저자인 제임스 헤거티 씨는 해야 할 다른 일에 관해 말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수많은 보통(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의 부고문을 인용하여 여러분을 즐겁게 합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관해 읽으며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 걸 잊는다고 해도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소중한 삶을 별로 이룬 것 없이 살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대단치 않을지라도, 거부할 수 없는 감동을 가져다줍니다. 헤거티는 인용된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당신의 이야기도 아마 그럴 거라고 암시합니다.

 

당신도 필기도구나 녹음기를 준비해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그런 이야기를 기록해 보세요. 당신 자신을 위해  “Yours Truly”를 읽으세요. 당신이 지극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렇게 하세요.

 

(2023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