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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정답이 있을까?

삼척감자 2023. 10. 9. 08:35

나에게 ‘H 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라는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으라면 나는 아래의 글을 고르겠다. 좀 길지만, 거의 원문 전부를 번역해서 소개한다.

 

[내가 다칠 때마다, 엄마는 소리부터 질렀다.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친구들이 다쳤을 때, 백인인 그들의 엄마는 몸을 숙여서 아이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의사에게 데려갔다. 그러나 내가 다치면 엄마는 마치 내가 악의를 갖고 자기 물건을 망가뜨렸다는 듯이 화부터 냈다. 언젠가 내가 집 뜰에 있는 나무를 오르다가 떨어졌는데, 드러난 배는 거친 나무껍질에 긁혀 버렸다. 발목이 꺾이고, 셔츠는 찢어지고, 배 양쪽이 긁혀서 피가 나서 우는데도 내가 엄마의 품에 안겨서 병원에 가는 그런 일은 없었다. 그 대신 엄마는 나를 사나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소리 질렀다. 

   엄마가 나무에 올라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엄마, 발목을 삔 거 같아!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라며 나는 울었다.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엄마는 내 웅크린 몸뚱이를 내려다 보며 인정머리 없이 소리 질렀다. 분명히 엄마는 나를 몇 번 걷어찼다. 

   엄마, 피나잖아. 소리 지르지 마!”

   이 흉터는 평생 남을 거야! 아이, 참 웬일이야?!”

   미안해! 그럼 됐어?” 나는 과장되게 흐느끼며 몇 번이나 사과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쉴 새 없이 꺽꺽거리며 울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뻣뻣하게 끌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아이고! 됐어! 그만 해라!”

엄마의 사랑 방식은 지극히 거칠어서, 지독했으며 잔인하고 강력했다. 결코 약함을 보이지 않는 강한 사랑이었다. 열 걸음 앞을 내다보며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랑이었고, 그러는 동안 그것이 지옥처럼 고통스럽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내가 상처받을 때. 엄마는 그걸 깊이 느껴서. 그 상처는 마치 엄마 자신의 아픔으로 느꼈다. 엄마는 오히려 자식을 지나치게 돌볼 때 죄책감을 느꼈다. 그걸 나는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엄마만큼 나를 사랑한 그런 사랑은 없다. 나는 그걸 결코 잊을 수 없다.     

   울지 마! 눈물 아꼈다가 네 엄마가 죽으면 흘려.” 이 말은 우리 집안에서 흔히 쓰는 격언이다.

엄마가 영어 관용구에서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격언이 몇 개 있다.

   엄마만 네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야.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돌이켜 보면 가장 처음의 기억은 엄마가 항상 너 자신의 10%를 남겨 두어라.”라고 가르쳐 준 것이다. 그 말의 의미는 네가 누군가를 아무리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되더라도, 아니면 다른 이들이 너를 아무리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되더라도 너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지는 말아라. 항상 10%를 남겨 두어라. 그러면 기댈 수 있는 게 있다.”이다. 그리고 아빠에게도 나는 10%를 남겨 둔다.”라고 엄마는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몸에 상처가 난 걸 교사가 보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게 신고라도 하면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데, 한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엄마는 그걸 몰랐나 보다. 자식을 강하게 키우려고 사랑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는 절제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유대계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백인들은 그녀를 동양인으로, 한국인들을 백인으로 보니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자라면서 부모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데다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성격이 비뚤어진 아버지와 미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쌀쌀맞은 엄마 밑에서 자란 작가는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부모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로 신경과민이 된 아이는 십 대 청소년기에, 반항심으로 엄마와 함께 간 백화점에서 숨어 버리고, 사람들에게 독설을 날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물건을 망가뜨렸다. 자동차를 훔치고, 환각 상태로 집에 돌아가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웅덩이에 차를 처박기도 했다.

 

작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 엄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전해 듣자 작가는 엄마에게 돌아가 어릴 적에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걸 속죄하려고 헌신적으로 엄마를 돌본다. 자신이 결혼하는 걸 보여주려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2주 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을 치른 후 슬픔을 가라앉히려고 아버지와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 중 그들의 관계는 악화하여 지금까지도 부녀의 관계는 소원하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3 3녀인 자식들을 돌보기가 힘겨웠을 어머니와 작가의 아버지와 어느 정도 비슷한 나의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는 과연 두 딸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자식을 강하게 기르려는 부모의 훈육 방식이 자식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은 일깨워 준다.

 

 (2023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