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독일 여행 중에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작은 집이지만, 혼자서 보내려니 집이 참 썰렁했고, 한밤중에는 심란했다.
하루 서너 시간 밖에 못 자는 일이 열흘 이상 계속되니 참 견디기 어려웠다.
어저께 아침 산책길에 만난 대만 태생 할머니 추 메이에게 그런 사정을 말했더니 불면에 직방으로 듣는 약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염치불구하고 좀 나누어 달라고 했더니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집으로 작은 통에 든 약을 가져다주었다.
“약통에 붙은 레이블을 자세히 읽어보았더니. 습관성 없음. 술 마시고 복용하지 말 것. 2주 이상 복용 삼가. 어린아이와 임산부는 사용 금지” 대강 그런 상투적인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70대 할아버지가 임신했을 리가 없고, 술이야 바로 끊으면 되니까 저녁일곱 시 반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어보니 아침 여섯 시 반이다. 무려 열한 시간을 중간에 깨지도 않고 내리 잤는데도 아직도 졸리다.
산신령이 준 풀 한 뿌리를 먹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전설이 생각났다.
정말 ‘이 좋은 아침에’다. 그동안 교통사고 후의 병상 기록을 모아서 ‘이 좋은 아침에’와 그 책의 영문 번역본 ‘Good Morning’이라는 책을 완성하고 어저께 출판사로 보냈으니, 불면의 시간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