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독일 여행을 떠나니 혼자 식사하는 게 참 힘들다.
미리 준비해 둔 식재료를 냉동실에서 꺼내서 익히고 끓이기만 하면 되지만,
그러한 준비 과정도 참 귀찮아서 밑반찬이야 여러 가지 있지만,
식탁에는 언제나 김치 한 가지만 올리곤 한다.
그래도 그 시간에 캐나다에 사는 큰딸이 다섯 살 된 막내 외손녀와
화상 통화를 하게 해 주어서 적적함을 덜어 준다.
대화는 늘 비슷하다.
“뭘 먹고 있니?”
“치즈와 비스킷과 ….을 먹고 있어요.”
“오늘 뭐 하고 지냈니?”
“아드리아나와 같이 놀았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할머니는 독일 가셨다면서요?”
“그래, 곧 돌아오실거야.”
달리 할 말이 없으면 서로 밥 먹는 걸 구경하며 이유 없이 웃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혼자 밥먹는 아비의 적적함을 덜어주려는 큰딸의 배려가 고맙다.
그런데 작은딸은 왜 소식이 없는 거야? 여행 중 쓰라고 적지 않은 용돈을 보내 준 후로는 전화 한 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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