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조앤 할머니의 얼굴을 아는 동네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어쩌다 고물 자동차로 식자재를 사 들고 오는 게 눈에 띄지만,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지도 않고 늘 집 안에서 은둔하며 지낸다. 가끔 아들인 듯한 남자가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렀다가 갈 뿐 사회생활을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도 문밖에 가끔 아마존에서 온 소포나, 아들이 장을 보아준 듯한 종이 봉지 몇 개로 그분이 그 집에 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서너 달 전부터 그녀의 모습도, 종이 봉지도 보이지 않고,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이 연체되어 곧 차단될 거라는 경고문이 덧문 손잡이에 끼워져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어서 다른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어저께 체육관에 다녀올 채비를 하고 나서는데, 아들로 짐작되는 남자가 그 할머니 집 문을 열고 나오는 게 보였다. 얼른 쫓아가서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더니 10월 중순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머지않아 세간살이는 치워질 것이고 집은 팔려서 다른 이가 이사 들어 올 테고……그렇게 그녀가 이 세상에 머물렀던 흔적은 지워질 것이다. 살아 있을 때도 이웃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분이니 떠났다고 해도 다들 관심을 두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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