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처음 만난 영감이 말을 걸어왔다.
그: “당신, 혼자 사슈?” (혼자 사는 게 불법인가?)
얼핏 봐도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게 인상이 고약하다.
나: “마누라가 있소만, 왜요? (이럴 때는 마님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건가!^^)
그: “앞으로는 마누라와 함께 걸으쇼. 걷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나: “걱정 마쇼. 이래 봬도 많은 돈 들여서 전문가에게 보행훈련을 받은 몸이요. 지난 20년 간 무사고 보행 기록도 있소.”
그: “잘 걸을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뇌일혈로 쓰러질 수도 있지 않소.” (정말 이 영감 염장 지르고 있네)
나: “내가 당신보다 엄청 건강한 것 같소. 엊그제 검진 받았는데, 의사가 완벽한 건강체라고 했소. 그 의사 전화번호 드려?”
그: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소.” (정말 지x하고 자x졌네)
나: “당신 건강이나 잘 챙기쇼. 어서 가던 길 가시오. 넘어지지 말고.”
오후에 그 영감을 또 한 번 만났다. 말없이 노려 보았더니, 눈을 아래로 깔고 사라지더라. 클러치 두 개 짚고 혼자 걷는 게 불안해 보여서 쓸 데 없이 잔소리했겠지만, 기분은 언짢았다.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 야간 산책은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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