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같은 아파트에 살던 부부와 바닷가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처음 만나 아이들과 함께 캠핑도 자주 갔었는데,
이제는 모두 70대 노인이 되어 멀쩡한 사람이 없다.
한창나이에는 밤새워 술 마셔도 끄떡없었고, 손바닥보다 훨씬 큰 두툼한 고기를 거침없이 씹어삼켰는데, 지금은 맥주 한 병을 놓고 찔끔거리고, 주문한 식사를 나누어 먹으며 깨작거리다가 남은 건 싸들고 온다.
화제도 아이들 얘기가 아니라 몸 여기저기가 말썽부리는 시원치 않은 건강 얘기다.
두 남자는 운전대에서 손 놓은 지 오래되어 이제는 어디 갈 때마다 운전대를 잡는 마님 눈치를 봐야 하니 서글프다.
그래도 만나자는 말에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그 부부가 고맙다.
-사진: 식당 바깥의 가을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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