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가는 체육관에 자주 오는 지적 장애인이 두어 명 있다. 그중 매우 뚱뚱한 여성 한 명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해 보인다.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불안해 보이고, 서너 살 아기보다도 언어 구사력이 떨어져서 말하는 게 괴성을 지르는 것 같아서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녀를 뒤쫓아 다니며 보살피고 운동을 시키는 트레이너와는 어렵지 않게 소통하는 걸로 보인다. 사는 게 참 불편할 텐데도 그녀는 늘 미소를 짓거나 이유 없이 큰소리로 웃는다.
그러니 그녀가 체육관에 나타나면 무척 소란스럽다. 까닭 없이 실내를 휘젓고 다니고, 시도 때도 없이 큰 소리로 내지르는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과 웃음소리 그리고 그녀를 계속 뒤쫓는 트레이너의 불안한 모습이 분주하다.
그런데도 주위에서 운동하는 다른 회원들의 반응이 놀랍다.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 비정상적인 회원이 입장하여 운동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고, 운동에 방해가 된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이도 없다. 다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미국인들은 그런 사람은 그저 나와 다를 뿐이지,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고, 장애인도 평범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도 동료 회원으로 존중하는 걸로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정신 장애인이 체육관에 나타나면, 미국인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에 관해 생각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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