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변기 물을 내리는데 어쩐 일인지 잘 내려가지 않았다. “뚫어뻥”을 수없이 변기 배수구에 대고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해 보았지만, 물내려가는 속도가 무척 느렸다. 파이프 어딘가 막힌 듯했다. 그래서 인공 지능에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베이킹 소다와 식초 그리고 뜨거운 물을 변기에 붓고 한참 후에 물 내리기를 여러 차례 해 보았지만, 저녁때까지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 건너편 집에 사는 배불뚝이 핸디 맨(Handyman)집 을 찾았더니 그의 아내가 나와서 그 친구가 며칠 전에 뇌졸중이 와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었기에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문병하고 돌아온 셈이다. 평소에 체중 관리부터 열심히 하며 건강에 신경 썼어야지.
잠시 망설이다가 포루투갈 출신의 다른 핸디 맨 빌(Bill)에게 전화했다. 좀 늦은 시간이라서 오늘은 도와주기가 어렵고, 내일도 바쁘다는 그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잠간 다녀가기를 청했더니 망설이더니 바로 와보겠다고 했다.
얼마 후 유달리 키가 작은 그 친구가 자기 키만 한, 파이프를 뚫는 스네이크(Snake)라는 기다란 연장을 들고 등장했다. 10분 가량 그 연장을 변기에 넣고 작동했더니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났다. 대단치 않은 일이니,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그에게 많지 않은 현찰을 찔러 넣어주며 기분이 상쾌했다. 오래 전 이런 일을 한 핸디맨에게 $250이라는 거금을 지불한 기억이 나며 빌이 새삼 고마웠다. “빌, 그런 마음 오래 간직하며 돈 많이 벌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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