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토니아(My Antonia!)는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윌라 캐셔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인데,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대평원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이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소설은 네브래스카로 이주한 체코 출신 소녀 안토니아와 그녀를 바라보는 화자인 짐 버든(Jim Burden)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된다. 짐은 부모님을 잃고 네브래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보헤미아(현재의 체코) 출신 이민자 소녀인 안토니아 쉬메르다(Ántonia Shimerda)를 만나게 되며,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안토니아의 가족은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가난과 힘든 노동, 그리고 아버지의 자살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안토니아는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을 지닌 인물로,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짐은 학업을 위해 네브래스카를 떠나지만, 안토니아와의 추억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네브래스카를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짐은 다시 네브래스카로 돌아와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안토니아를 만나고, 그녀의 강인한 정신과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소설에서 러시아 이민자인 표도르(Fyodor, "피터")와 파벨(Pavel)은 소설 속에서 부수적 인물로 등장한다. 전체적인 흐름과는 상관없이 삽화로 끼워놓은 글이라서 그런지 이 소설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두사람에 관한 사건이 포함된 글은 보지 못 했지만,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이들의 행위가 어느 정도로 용서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표도르와 파벨은 러시아에서 미국 네브래스카로 이주한 이민자들로, 외딴 지역에서 힘겹게 살아 간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이민오기 전 러시아에서 저지른 일과 관련이 있다.
과거 러시아에서 그들은 결혼식에 참여했다가 돌아 오는 길에 끔찍한 사건을 경험했고, 그 일로 인해 두 사람은 고향에서 소외당하여 결국 미국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그들은 과거 행위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결국 파벨은 병에 걸려 죽는다. 표도르는 마을을 떠나고 그의 뒷 이야기는 알 길 없다.
이 소설에서 표도르(피터)와 파벨이 늑대에게 쫓기는 장면은 파벨이 병에 걸려 죽기 전에 짐 버든과 안토니아에게 털어놓은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다. 러시아에서 파벨과 표도르는 결혼식 후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들이 돌아오는 행렬 제일 앞에서 말이 끄는 썰매에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리를 이룬 늑대 떼가 이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뒤에 있던 썰매들이 하나씩 늑대들에게 공격 당해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고, 점차 파벨과 표도르가 타고 있던 썰매도 위험에 처한다.
늑대들은 빠르고 집요했기에, 그들은 눈 덮인 평원 위에서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썰매를 몰던 파벨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는 신랑과 신부를 강제로 썰매에서 밀어버려 늑대들의 먹잇감이 되게 했다. 그 덕분에 무게가 가벼워진 썰매는 속도를 내어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사건은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파벨과 표도르는 그 끔찍한 기억과 함께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았다. 이리하여 그들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도망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나의 안토니아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 중 하나로, 인간의 극한 상황에서의 도덕적 갈등과 생존 본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 사람의 죄책감은 매우 크다. 죄책감의 정도는 개인의 가치관,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 그리고 그 이후의 심리적, 사회적 반응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가 작용한다고 한다.
1. 죄책감의 정도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으며, 본능적 생존 욕구와 도덕적 책임 사이의 괴리 때문에 자신을 용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죄책감이 증폭되거나 완화될 수도 있다.
2. 도덕적 용서 가능성
결과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렸다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자기 생존을 위한 행위라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때 그 선택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 즉,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3. 사회적·심리적 치유 가능성
봉사나 기부 등으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고 용서해 주는 경우, 죄책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사가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는 공황 상태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부디 나는 이런 상황에 부닥칠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2025년 2월 1일)